엄마들과 모여 수다를 떨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얘기가 무엇일까?  

아이들 얘기일 것이다. 우리 아이는 무엇을 잘하고, 우리 아이는 무엇이 걱정이고, 우리 아이는 무엇은 하기 싫어하고......우리 아이에 대한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엄마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고간다. 

우리 동네(마석)에서 서울까지 나가서 영어교육을 시킨다는 상욱엄마는 그곳 엄마들과 얘기하다보면 수준차이를 많이 느낀단다. 비슷한 또래들이 벌써 한글은 기본이고 영어, 수학, 한자까지 섭렵하고 있고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음악관련 교육에 미술교육은 필수란다. 그 많은 걸 다 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요? 했더니 그 엄마들 옷차림부터 다르단다. 우리는 보통 셔츠에 청바지나 면바지 혹은 스커트 등 간편 복장을 하고 다니는데 그쪽 엄마들은 휘황찬란한 보석에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단다. 겨울에는 모피도 여러벌이라 올때마다 다른 모피를 걸치고 나타나더란다. 그쪽도 지역별로 조금 다른데 강동이나 송파, 잠실쪽도 또 그 느낌이 다르단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한참 듣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더니 얘기하던 언니가 그 사람들이랑 우리랑은 꿈조차 다르단다. 그 사람들의 꿈은 강남진출이 목적이고, 청담어학원에 아이를 등록시켜야만 한단다. 그에 비해 우리 동네 사람들의 꿈은 구리시로 이사가는 것이란다. 에구구...갑자기 눈물이 핑돌았다. 그게 우리의 꿈이야? 정말 그런거야? 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가리키며 "자기도 구리로 이사가고 싶어하잖아." 그런다. 그랬다. 친정이랑 가깝고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곳이니까, 속속들이 잘 아는 동네에서 살고 싶었다. 아이들 데리고 서울나들이도 쉽게 할 수 있고 모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게 꿈이라는 거창한 말로 둔갑해버리니 어찌나 슬픈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게 결국 나의 꿈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었다. 도대체 무얼 위해서 살고 있는걸까? 나는 정말 무엇을 꿈꾸고 있는걸까? 알 수가 없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의 꿈을 도매금에 팔아넘긴 느낌이랄까. 

나는 정말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결국 그게 나의 꿈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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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8-2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진 게 많지 않아서인지 그네들의 꿈이 부럽지는 않네요.
오히려 가족과 가까이 살고 싶고 익숙한 곳에 살고 싶은 님의 마음이 더 와 닿아요.
화려한 겉모습보다 책 읽으면서 사색을 즐기는 님의 일상이 더 행복해 보입니다.
서울 살아보면 별것도 아닌데...

꿈꾸는섬 2009-08-23 23:25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위로가 많이 되어요.^^
책과 함께 사는 제 인생이 저도 좋아요.^^

순오기 2009-08-2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더 넓은 평수나 살고 싶은 지역으로 가고 싶다는 건, 누구나 가질법한 소박한 희망사항이죠. 누구에겐 그런 게 꿈일수도 있겠지만... 우울했을 님의 심정에 공감돼요.

꿈꾸는섬 2009-08-23 23:2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늘 마음의 위안이 되세요.^^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면 참 생각들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 하루종일 우울해한 제가 너무 한심하더라구요.
그래도 지금 제 삶도 좋아요. 읽고 싶은 책 읽으며 아이들 잘 자라니 무얼 더 바라겠어요.^^

같은하늘 2009-08-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는 찻길 하나 사이에 두고 편 가르기해요...ㅜㅜ
참 많이 다르나고 얘기들 하지요...
부럽기도 하고 저도 씁쓸할 때도 많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면 되잖아요...
소박한 꿈을 갖고 이뤄가면 되는거지요...^^

꿈꾸는섬 2009-08-26 22:20   좋아요 0 | URL
지역차별도 문제지만 한 동네에서도 안 좋은 일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임대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는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따돌린다고 하더라구요. 어린 아이들까지도 그런 지경이니 뭐라 말하겠어요. 속만 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