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준이 유치원 방학, 어느새 아이가 유치원 다니는게 익숙해졌다. 하루종일 집안에 붙어 있으려니 나도 갑갑하고 아이도 답답한가보다. 무작정 차를 갖고 나갔다. 처음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아노 화장실이 있는 남양주 인공폭포로 차를 몰았다. 거세게 떨어지는 폭포라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도착하고보니 아이들이 잠잠이 자고 있었다. 잠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러번 여닫아도 기척이 없다. 그래서 결국 차를 돌렸다. 집쪽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작은아이가 꾸무럭거린다. 조금 있으면 깰것도 같았다. 남편이랑 가끔가던 계곡쪽으로 차를 몰았다. 수동과 대성리의 중간쯤에 있는 곳인데 평소에도 사람들이 참 많다. 물이 얕아서 아이들 놀기에 참 좋다. 그렇게 조금 놀았는데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거세게 소나기가 내렸다.

소나기가 내려서 아이들과 우선 방갈로로 옮겼다.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고 내 속도 어느새 시원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비가 내렸을때 집 베란다 문을 온통 열어둔게 생각났다. 그 걱정도 잠시, 아이들 노는게 너무 재미있다. 평소라면 비를 맞을 엄두도 못 냈을 건데 방갈로 위로 들이치는 빗물에 머리를 갖다댄다. 처음엔 하지말라고 말렸지만 금새 포기하고 애들 하고 싶은대로 놔두었다.

애엄마 혼자서 애들 둘을 데리고 놀러나온게 남들 눈엔 참 이상해보였던가보다.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애들 아빠는 왜 오지 않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여자 혼자 아이들 데리고 물놀이 오는건 이상한 일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 소나기가 많이와서 물이 금새 불었고 황토색 물이 흘러간다. 물을 앞에 두고 물놀이를 못하는 큰 아이가 못내 서운해서 징징거렸다. 근데 우리가 사용하던 방갈로 주인네 작은풀이 있다며 거기서 놀아도 된단다. 그래서 아이들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역시 물이 차가웠던가 작은 아이가 조금 있으니 나온단다. 결국 큰 아이 실컷 놀진 못했지만 아이스크림 입에 하나 물려주었더니 불평불만 싹 사라졌다. 

남편도 무척 궁금했나보다. 내가 오늘 아이들과 무얼하면서 놀았는지......그런데 그가 알고 있다. 오늘 거기에서 놀았냐고 대뜸 물어보는데 너무 놀랐다. 

이 책을 보던 남편이 읽어준 한 부분에 그런 얘기가 있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일을 할줄 알아야한다고. 

그건 우리 부부의 생각과 같다. 남편이 나만 바라보는 것도, 나도 남편만 바라보는 것도, 우리에겐 불편한 일이다. 누군가때문에 무엇을 못하며 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속상하고 부당하겠는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서로에게 불편을 주는 존재는 아니고 싶다.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면서 살아가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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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8-01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아이들이 더 좋아했겠죠.^^
저 책 참 좋지요. 마음을 좀 내려놓게 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구절이
많더군요. '나'를 사랑하는 게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중 가장 첫번째 조건
인 것 같아요. ^^

꿈꾸는섬 2009-08-01 23:3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서재에서 보고는 바로 제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걸 알았죠.^^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