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방문객들때문에 제대로 낮잠을 자지 못한 현수, 그날 저녁 조금 징징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아 잘 몰랐는데 한밤중이 되어서야 온몸이 뜨거운 걸 알게 되었다. 자면서 하도 울어대서 화장실에 데려가려고 안아드는데 너무 뜨거워서 깜짝 놀랐다. 얼른 체온계로 열을 재고 거의 39.5도, 평소 가지고 있던 해열제를 먹였다. 그렇게 30분을 기다리니 점점 열이 내려가는 것도 같았지만 쉽게 내려가지 않고 3시간정도 지나니 다시 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밤새 고열에 시달린 현수를 소아과로 데려가야할지 평소 다니던 한의원으로 데려가야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현준이가 한의원에서 비염치료를 받고 있었고 가야하는 날이여서 먼저 한의원에 들러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 중이염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 굳이 양방을 갈 필요가 없겠다는 한의사 말을 믿고 약을 받아들고 집에 왔다. 아이의 열은 오르락 내리락 반복했고 그때마다 수시로 한약을 먹였고, 열이 너무 심할때만 해열제를 썼다. 그래도 쉽게 열이 내리지 않는 것 같더니 이틀밤을 고생하고나서부터 열이 잡히는 듯 싶더니 목에서 컹컹하는 소리, 엄청나게 목이 부은 듯, 게다가 누런 콧물이 끈덕끈덕 흘렀다. 그렇게 잠도 잘 못자며 식구들 모두 현수의 열감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는데 어제 저녁 해열제를 먹은 이후부터는 열이 잡혔다. 아침에 다시 한의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미열이 남아있긴 하지만 중이염은 바로 잡혔고 목이 많이 부었단다. 그런데 오늘 하루를 지내면서 보니 살만한듯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책도 읽어달라고 조르고 하루종일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이런저런 사고까지 쳤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지 싶은 건 사고를 쳐도 안 아픈 것 같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파서 징징 울어도 옆에서 지켜주기만 할뿐 대신 아파줄 수 없는데 그나마 이렇게 며칠새에 끝나니 정말 다행이지 싶다.
어른들 말씀이 아이들이 한번씩 아프고나면 뭔가 배우려고 그러는 거란다. 며칠 고열에 시달리던 현수, 부쩍 말수가 늘었다. 단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오빠, 치"<오빠, 유치원에 갔어요> "엄마, 치" <엄마, 유치원에 오빠 데리러 가요.> "아빠, 코" <아빠, 자요> 등 치, 코, 이런식으로 말을 했는데 오늘은 제법 말문이 트였는지 "아빠, 안녕" 소리도 잘하고, "엄마, 고마워요" 소리도 잘한다.
아이들이 있어서 가끔 불편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