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요새 하도 바빠 잊고 있었는데 오늘은 대학 총동문이 함께하는 재학생들의 M.T가 있는 날이다. 얼마전 이 날 십년지기들을 위한 책도 고르고 해서 오늘 이 모임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어제도 밤을 샌 남편이 오늘도 밤을 새고 내일도 밤을 샌다는 어이없는 말을 하고는 잠시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나갔었다. "무슨 일을 그렇게 해?" "안하면 큰일나?"
안하면 큰일난단다. 물량이 하도 많아서 자기보다도 더 많은 밤을 샌 분도 계시다며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이들은 밤마다 아빠가 집에 없다는게 실감나지 않는다는 듯 아빠가 집에서 잤으면 좋겠다고 하고, 나도 남편없이 아이들과 있는게 영 어색하고 별로라 잠도 잘 오지 않고 걱정이 많아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된다.
여하튼 이런 사정으로 오늘 가고 싶었던 M.T는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오랜만에 선배도 후배도 만나서 수다도 떨고 사는 얘기도 나누고 싶었는데......내가 재학생일때 늘 여자선배들은 오지 않아 나는 졸업하면 잘 다녀야지 생각했었는데 내가 졸업을 하고는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참 많기도 많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갈 수 있으려나, 그때쯤이면 내 마음도 하도 가지 않아 시들해질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럴땐 여자라는게 아니 엄마라는 직업이 참 불편하기도 하다.
엄마도 가고 싶은 곳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아직 모르겠지......좀 더 크면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