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두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고래가 그랬어를 얼른 읽어서 정상궤도로 올리는 것, 다른 하나는 현수 기저귀 떼는 것. 그런데 고래가 그랬어는 아직 제대로 읽을새도없이 하루하루가 무지하게 바쁘게 지나갔다. 그건 현수의 기저귀 떼는 연습이 더 시급했고, 한번 마음 먹은 일인만큼 서두르고 싶었다.  

현준이를 유치원 보내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현수의 기저귀를 빼고 팬티와 바지를 입혀 놓고 '쉬, 응가 마려우면 엄마한테 말해.' 해놓은지 3주, 첫째주엔 전혀 효과없이 바지를 적시며 여기저기 소변을 누던 녀석, 그래도 '응가'는 가렸다. 물론 '응가'라고 말하지 않고 '쉬'라고 했지만 얼굴이 울그락푸그락 하면서 '쉬'하면 그건 '응가'였고, 변기에 앉혀서 한참을 기다리면 결국 해냈다. 게으른 엄마는 아가용변기를 사용하지 않고 어른 변기에 어린이용변기커버를 올려놓고 사용했지만 곧 적응했다. 물론 실패도 여러번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문제는 자주보는 소변, 여기저기 다니며 '쉬'를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카펫이나 이불, 매트리스, 쇼파 등에서는 소변을 보지 않았고 내가 닦기 편한 바닥에만 볼일을 보는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여러벌의 바지를 빨아야했지만 그건 세탁기를 돌렸으니 큰일일게 없었다. 아무데나 소변을 보면 엉덩이를 때려준다는 엄마들도 있지만 나는 현준이때도 그랬지만 현수에게도 '쉬했구나. 잘했어. 근데 엄마한테 먼저 말해주면 좋겠어. 화장실가서 하면 좋을 것 같아.'하고 말해주었고 거의 첫주는 먼저싸고 '쉬'소리를 했고, 둘째주는 "엄마, 쉬" 소리와 함께 싸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잘했지만 좀 더 빨리 말해달라고 화장실에 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번 세째주는 제법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그래도 영 어색한지 잘 누지 못하더 녀석이 엊그제 세번을 성공한 이후로 어제는 다섯번, 오늘은 오전에는 내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고, 현준이가 집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주문하는게 많아 조금 늦게 간 탓에 화장실 문앞에서 볼일을 보았을뿐 오후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낮동안에 현수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갖는다면 대체로 실수할 것 같지는 않고 이제 남은 건 잠을 자며 소변보는게 남은 셈이다. 어떤 날은 밤새 소변을 보지 않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기저귀가 묵직할 정도로 많은 양의 소변을 보는 날도 있으니 그걸 맞추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점차 나아지는 현수를 보면, 곧 기저귀를 떼지 않을까 싶다. 

아직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상당부분 잘 알아듣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특히 기저귀를 빼고 예쁜 팬티를 입는게 참 좋은가 소변을 보고 팬티를 입히려고하면 너무도 좋아한다. 예쁜 그림이 자기도 마음에 드는지 하는짓이 참 귀엽고 예쁘다. 

이제 현수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게 되었으니 어느새 훌쩍 자란 느낌이다. 어느새 현준이처럼 엄마와 떨어져서 지내게 되겠지 생각하니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들고 아쉽기도 하고 왜그런지 아린 느낌이 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내 품에 안고 있으면서 벌써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왠지 조금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엄마니까 이런 마음이 드는거겠지 생각하면 부모님께 늘 반항하던 내 어린날의 치기가 떠올라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현수야, 하나하나 배워야할게 너무도 많지? 그래도 참 잘하고 있는 모습보니까 엄마가 참 뿌듯해. 아빠도 현수가 하나하나 배우는거 보니까 참 신기하대. 또 현수도 어느새 자라는구나. 사랑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09-03-2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기도 트레이닝을 해야하는데 엄두가 안나요~.ㅠㅠ
어떻게 다른 애들을 시켰나몰라요~.ㅎㅎ
현수가 지금 정확히 몇개월이죠????

꿈꾸는섬 2009-03-27 23:05   좋아요 0 | URL
2007년 7월20일에 태어났으니까, 21개월...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