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남편은 두번째 집에 들어오지 못한단다. 며칠전 친구 아버님 상, 오늘은 야근.
남편이 없는 날엔 유난히 아이들도 나를 더 힘들게 한다. 밥상앞에서 장난치며 밥도 잘 안 먹고, 아빠는 왜 안오냐고 계속해서 물어보고, 엄마가 엄마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기들끼리는 또 어찌나 싸우는지......
낮에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에 얼굴을 박으며 넘어진 현수의 코밑 인중은 붉게 실핏줄이 다 터지고 엄청 부어올랐다. 한참 놀이에 집중하던 현준이에게 집에 가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가기 싫다고 우기는 녀석,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 쫓아 집에 왔는데 집에 와서야 "엄마, 미안해." 그런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두녀석 옷을 모두 벗겨 욕실에 집어넣고 씻기고, 금새 저녁밥 먹이고, 약 먹이고, 쉬마렵다며 쉽게 볼일을 보지 못하는 현수와 실랑이, 결국 소변은 거실에, 대변은 변기에 싸긴했는데 다 안싸서 팬티에 살짝 또 묻혀놓고, 다시 변기에 앉아 한참을 싸고......
설거지도 못했는데 책읽어달라고 조르는통에 책 먼저 읽고, 현준이 옷 손빨래는 하지도 못한채 담가만두고, 결국 아이들 잠 들때까지 아무것도 못한채 옆에 붙어 있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을 잘도 돌보는데 나는 늘 서툴고 늘 어설픈것만 같다. 여전히 엄마다운 엄마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언제쯤 좋은 엄마가 되려나 싶고, 그 생각하니 또 가슴이 갑갑하고 숨이 막힌다. 요즘들어 숨이라도 편히 쉬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닫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가슴이 갑갑하다.
남편에겐 되도록이면 밤새워가며 일하지 말자고 하는데도 남편은 겨우내내 놀았던거 생각하면 안할수가 없다고 몸을 혹사시키고,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집에 돌아온다는데, 어제 저녁에 보고 내일이나 되어야 볼 수 있다니 나도 어린아이처럼 남편이 보고싶기도 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