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 20주기 추모공연] 기형도 시를 읽는 밤



  • 신청기간 : 2월 18일(수) ~ 3월 2일(월)
  • 당첨발표 : 3월 3일(화)
  • 행사일시 : 3월 5일(목) 오후 7시
  • 행사장소 : 홍대 이리카페

지금은 많이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기형도 시인. 

처음 기형도 시인의 시를 접하고 깜짝 놀랐던 이십대가 생각난다. 

어느새 20주기가 되었구나. 

30주기추모공연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만 갖게 되는구나. 

 

 

 

 

 

 

 

 

 

그집 앞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어Tw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11-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뵙네요^^

기형도 빈 집.. 일이 쌓여있는 수요일 오전, 일주일 가운데 가장 애매한 시간이라 생각하는데요.
마치 비누를 잡은 손처럼 일에 선뜻 나를 맡기기 힘든 시간 잘 읽고 갑니다 ~ :D


꿈꾸는섬 2009-09-27 23:53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이제야 봤어요.^^
네 반갑습니다. 전 가끔 님 서재에 들렀는데......
가끔 종종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