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진 내가 갖고 있는 고질병때문에 몸도 마음도 사실 너무 귀찮고 괴로웠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집근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현준이, 현수는 마냥 방실거리고 이 좋은 것을 왜 데리고 다니지 못하는지 늘 나의 게으름을 질책한다. 산책로에서는 현수도 유모차에서 내려 오빠 손을 잡고 걸었고 구석에 쌓여 있는 낙엽들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즐거워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절로 즐거웠다. 산책로를 쭉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놀이터가 나오고 놀이터에서 한동안 놀지 못한 녀석들이 그네를 타겠다고 뛰어가고 한명씩 앉혀 등을 밀어주며 어느새 혼자 앉아 그네를 타는 현수를 보며 제법 컸단 생각을 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현준이를 챙기느라 볼틈도 없이 혼자타던 현수가 혼자서 그네에서 뛰어내렸지만 제대로 잘 내려섰고 그에 현준이와 나는 놀라 두눈이 커졌다.
우리 동네 놀이터는 폐타이어바닥이 없고 모두 모래밭이라 아이들은 흙장난하고 싶어했지만 아직 차가운 기운에 아이들을 만류하고 미끄럼틀도 너무 지저분해 그네만 태우고 집으로 돌아서는데 현수가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무력으로 유모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우리 동네 놀이터는 모래밭이라 애완견 출입도 통제해야하는데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현수처럼 막무가내인 아이는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서 내 입장에선 사실 내키지 않는데 아이들은 놀이터를 너무 좋아하고 흙장난하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나도 어렸을때 모래놀이 많이 했었지 생각하면 하루종일 뛰어놀아도 노는게 좋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너무 엄한 엄마가 되진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의 귀찮음에 자꾸만 아이들을 제지한다.
내일 아니 오늘이 입춘이니 곧 따뜻한 봄바람도 불것이고 그러면 정말 이런저런거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 맘껏 뛰어놀게 해주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잊지 말고 꼭 그렇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