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아픈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여태 아래층에서 한번도 저희집에 다녀간 적이 없었는데 벌써 세번을 방문했습니다. 한달 전에 여학생이 낮 12시에 너무 시끄럽다며 아이들이 뛰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구요. 그땐 그냥 죄송하다고 주의를 주겠다고 사과를 하고 돌려 보냈는데 이번엔 설전전날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올라오셨더라구요. 처음엔 하도 문을 두드려서 죄송하다고 주의시키겠다고 그냥 문을 사이에 두고 말을 했었죠. 그런데 문 좀 열어 보라며 들어가서 얘기해야겠다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시더니 저는 잘 모르는 분인데 남편 이름을 말하며 누구네 집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좀 황당했습니다. 그러더니 시어머니랑 예전부터 아시던 분이라고 그러면서 저희 현준이 이름까지 알더라구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뛰면서 노는 것 자신은 이해하는데 댁의 아이들은 전혀 이해를 못한다며 조용히 좀 해달라더군요. 큰딸은 한양대에서 조교로 있고 둘째딸은 대학생이고 셋째 아들은 고2가 된다네요. 수험생이 있으니 제발 조용히 해달라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사온지 2달이 되었다네요.  

그런데 전 참 난감합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실컷 뛰어놀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아이들이 마구잡이로 뛰어놀게 하는 것도 아닌데 평소 아이들이 기분이 좋을때 잠깐씩 쿵쿵하는 것 조차도 거슬려하시니 난감할뿐이죠. 그래서 제가 아랫집 학생들이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건 안되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아랫집 학생들은 집에서만 공부를 한다나요. 그럼 저흰 어떻게 해야하는거죠? 저희도 윗층에서 쿵쿵쿵 소리가 나지만 그래도 그러려니하면서 살고 있는데 아파트라는게 거의 그런걸텐데, 그것도 한밤중에 소란을 떨어 잠을 못자게 하는 것도 아니고 활동하는 시간에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소리일뿐인데,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게 요즘 고민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때는 남편이 뭐 그런집이 있냐고 하더니 요즘은 아이들이 조금만 소리내며 걸어도 조용히 다니라며 윽박지르고 심지어 그 일로 현준이가 삐져서 엄마, 아빠 모두 밉다고 방에 들어가 울기까지 했습니다. 현준이에게 아무리 좋게 말을 해도 현준이가 그 말을 좋게 듣질 않고 오히려 쿵쿵거리다가 아빠에게 혼이 났던거죠. 

조금씩만 서로 이해하면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랫집분들 정말 너무하십니다. 이사온지 두달만에 세번이나 올라오고 심지어 경비실에 인터폰까지 넣으시고, 그런데 경비아저씨 저희 애들 너무 좋아하셔서 인터폰 안 왔습니다. 그렇게 심하게 뛰지 않는데 아래에서 들을땐 너무 심하게 들리는걸까요? 

예전에 읽었던 오정희님의 소설이 생각이 납니다. 윗층에서 하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윗집에 올라가보니 문지방을 오르내리는 휠체어 소리가 거슬렸던 걸 알게 되고 그 다음부터 그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부끄러워하던 주인공, 제목은 생각이 안납니다. 

여하튼 이해심 많은 이웃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남편 조만간 이사가자고 결단을 내릴 것 같습니다. 아직 이 동네에서 2년은 더 살려고 생각했는데, 이사비용좀 아껴 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뛰지 않는 아이들, 그게 더 문제 아닌가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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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3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하간 아파트를 잘못지은 인간들이 문제지요.. 아이들이 많이 컸으니 문제없을듯도 한데.. 1층으로 이사가셔야 할까요?

여성에게는 힘겹다는 명절 잘 쉬셨는지. 저는 조카들과 재미있게 놀고 왔습니다.
참 고래가~를 초3인 조카에게 정기구독 시키고 싶은데 어떨까요?

꿈꾸는섬 2009-01-30 10:5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1층으로 이사를 해야할듯해요. 휘모리님도 고향 잘 다녀오셨죠?
ㅎㅎ초3이면 고래...충분히 볼만합니다. 만화로 된 건 이해가 쉽고 조금 어려운 것들은 천천히 두고두고 봐도 되니까요.

Mephistopheles 2009-02-0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들이 있습니다. 어쩌며 그냥 편하게 넘어가도 되는 이을 가지고 거의 광인의 수준으로 거품을 물죠. 일단 홈쇼핑같은 곳에서 아이들 뛰는 곳에 깔아주는 방진패드가 있는데 그걸 한 번 깔아보세요.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요.

제가 사는 집의 아래층은 그래도 다행입니다. 우리 아이 또래의 여자애가 있고 좋으신 분들이라서 이런 일로 잡음은 없어서요.^^

꿈꾸는섬 2009-02-04 01:36   좋아요 0 | URL
방진패드를 얼마나 사야하는 걸까요? 집 전체에 깔아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ㅜ.ㅜ 저희도 좋은 이웃을 만나고 싶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