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아니 신년 새해에 경주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지금 열심히 남편을 꼬시고 있는 중이다. 한참 겨울인데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어쩌냐는 남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집안에 틀어박혀있는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가족의 여행은 꼭 필요한 일정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번 경주 여행을 계획한 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혜지를 위한 여행을 하고 싶어서다. 작은 형부가 돌아가신지 꼭 5년이 되어가고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늘 부족한 혜지를 위해서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주고 싶은게 나의 마음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남편이 살짝 흔들렸지만 쉽지가 않다)
경주를 여러해 다녀왔지만 늘 가던 곳만 가던 나에게는 물론 또 똑같은 곳을 둘러보는 여행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경주에 가는 건 늘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이다. 경주 시내만 둘러보아도 아니 경주박물관에 가고 신라역사과학관에 가고 그런 것만 해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된다. 그래도 조금 더 부지런히 본다면 추위를 무릅쓰고 대릉원에도 들르고, 첨성대를 보고 계림을 지나 반월성에 들러 석빙고도 보고 안압지도 보면 좋을 것 같다. 시간이 되면 노동동 노서동 고분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황룡사터에도 가보고 분황사에도 가보고 싶다. 또 불국사, 석굴암, 괘릉, 영지, 골굴암에도 가면 좋을 것 같고(소문에 다보탑 보수공사를 한다는데 정말인지...) 정말 보고 싶은 건 감은사지 삼층 석탑, 그 커다란 위엄, 단아함, 당찬 모습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감포 앞바다의 대왕암.(대왕암은 뭐 별거 없지만 실은 바다가 좋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컸다면 경주 남산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좀 무리인 것 같아 너무 아쉽다.
경주를 다 둘러본다는 건 어찌보면 욕심이 너무 과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경주에 가면 볼 것도 느낄 것도 너무 많아 가슴이 흥분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편을 꼭 꼬셔 확답을 받아내야겠다.
가고 싶다. 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