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계절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7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김영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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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8월 16일 필라델피아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 매티, 이른 아침부터 달콤한 잠을 깨우며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의 등쌀에 오늘도 열네살의 매티는 마지못해 일어난다. 매티 가족은 할아버지, 엄마, 주방 일을 도와주시는 일라이저 아줌마와 함께 커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엄마는 아직 어린 매티의 혼처를 알아보고 계시지만 매티의 마음 속은 먼 미래로 달려간다. 프랑스에서 멋진 물건들을 들여오는 장면, 커피하우스를 더 멋지게 개조해서 운영하는 장면들을 상상하며 언젠가는 꿈을 이루리라 마음을 먹는 당찬 소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한 일상도 어느 날 갑자기 무더위와 함께 끝이 나게 된다. 커피 하우스에 일을 도와주러 오던 매티의 친구 폴리가 고열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죽음의 짙은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황열병으로 알려진 전염병이었고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서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고 식량은 동이 났고 시체들은 쌓여만 갔다. 무법천지로 변한 도시는 혼돈과 혼란 속에 빠지게 되고 약탈과 폭력이 자행되기 시작했고 시골에 친척들이 있는 사람들은 필라델피아를 떠나기 시작했고 빈집들과 도둑들만 득실거리고 매티네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1793년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 여름에 일어난 전염병 황열병은 오천 명의 사망자를 내었고 도시 전체와 가족들의 해체를 가져왔다. 우여곡절 끝에 약탈과 도둑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커피 하우스에 돌아온 매티는 도둑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신 할아버지를 위해, 생사확인이 안되고 있는 엄마를 위해, 언제나 매티 곁에서 힘을 복돋아 주고 이 역경을 이겨내게 도와준 일라이저 아줌마를 위해, 매티를 의지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 매티는 마른 몸을 일으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드디어 초겨울이 시작되고 서리가 내리면서 황열병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필라델피아는 새롭게 재건되기 위해 사람들은 다시 모이기 시작했고 희망의 불꽃은 다시 시작된다. 결코 매티가 포기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열병의 계절'은 별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한 역사 성장 소설이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덮을 때까지 쉼 없이 읽기 시작했고 공포감이 감돌던 1793년 한 여름에 매티와 함께 전염병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혼란스런 상황 속에 같이 내몰려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혼란스럽고 모두가 힘든 시기에도 매티는 일라저이저 아줌마와 함께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도우며 인간에 대한 배려와 일라이저 아줌마에 대한 존경심과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성숙한 매티가 되어간다. 작가는 다큐형식으로 황열병이 시작된 여름에서 석 달 뒤 전염병이 사라진 1793년 겨울의 필라델피아를 보여준다. 책 뒤부분에는 간단한 용어 설명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었고 지옥 같았던 석 달 동안 매티와 함께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고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닌 당찬 커피 하우스의 새 주인이 된 매티의 모습은 실로 감탄스럽다.  매티야, 힘내!!! 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지금 우리에게도, 나에게도 희망을 전해주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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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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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은 인간의 비틀린 욕망, 서로에 대한 미움만이 가득찬 이누가미 일족의 섬뜩한 가족이야기이다. 어느 날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 비틀리고 요사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집안 변호사로부터 사건을 의뢰받고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변호사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기다리는 사이에 독이 묻은 담배를 피운 채 죽음을 맞게 되고 본격적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자수성가한 이누가미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유언 조건을 내걸고 젊은 시절의 은인 노노미야 다이니를 잊지 못하고, 다이니의 손녀인 다마요가 사헤의 세 손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 결혼하면 그 부부가 모든 유산을 얻게 된다는 유언장을 남긴다.
욕심맞고 독살스러운 세명의 딸과 그들의 아들들, 신상을 알 수 없는 애인의 아들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양딸처럼 함께 살아 온 너무 아름다워 무서워 보일 정도인 미모의 여성 다마요에게는 암투와 모진 시련이 예고된다. 첫째 딸의 아들 이누가미 스케키오는 전쟁 중에 얼굴을 심하게 다쳐 하얀 가면을 쓴 채 저택으로 돌아오고 다른 가족들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 오만스런 둘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다케, 다마요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막내 손자, 이누가미 스케토모는 이누가미 일족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첫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키오를 궁지에 몰게 되고 그 일이 있은 후 연이어 괴기스런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족의 변호사, 형사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누가미 일족의 숨겨진 비틀린 사연과 함께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과연 일족의 재산은 누가 갖게 될 것이고 범인은 누구인지 서로를 의심하는 상태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풀어나가게 된다. 

'이누가미 일족'은 워낙 유명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으로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작품이다. 워낙 가족 간의 관계를 치밀하게 짠 구조이고 악이란 악은 다 모아 놓은 듯한 사람들의 심리를 으스스하게 잘 표현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시각적으로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데, 하얀 가면을 쓴 이누가키 스케키오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마요에 대한 상상은 실로 이 작품을 더 묘한 분위기로 이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이 가지는 악과 비틀린 욕망은 쉽게 가시질 않는 것 같아 두렵다는 생각을 들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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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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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이의 생명을 외면하려 한다. 그 중 가장 힘든 시간들을 겪는 이들은 바로 불임부부이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인(?)처럼 살아야만 하는 게 우리 현실이고 주위 모든 사람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한다. 몇년에 걸쳐 인공수정을 시도해보고 하지만 쉽게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보험적용이 안되어 비싼 진료비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는 중에도 어떤 이들의 생명은 빛도 보지 못한채 사라져 버린다. 그 누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아기가 또 다른 이들에게는 걱정거리인 것이다.  

데이카 대학 산부인과 소속 여의사 소네자키 리에는 마리아 클리닉에 주 2회 외래 진료를 나가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발생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녀는 저출산 문제와 후생성과 의국간의 힘겨루기에 지방의료체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깨닫고 꾸준히 후생성에 건의를 하지만 데이카 대학 의국과 후생성 모두에게서 외면을 받는다. 그녀는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부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혼자서라도 허점투성이인 의료체제에 대항하기로 결심하고 비밀리에 실험을 추진한다. 상사인 기요카와 부교수는 소네자키 리에가 대리모 문제와 얽혀 있다는 투서를 듣고 조사를 하게 되고 결국 리에가 추진했고 추진하고 있는 실험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하지만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것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그들을 운명을 결정짓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다른 이에게 잉태되었으면 축복인 생명이 또 다른 이에게는 시름일 뿐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자신들의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불임부부들은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얻고자 하고 대리모들은 아이를 잉태하고 자신의 배로 낳는 순간 모성을 느끼게 되고 친부모와 대리모 간의 갈등은 시작된다고 한다. 법적으로 누구를 친모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 또한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 출산 문제와 그로 인해 수술을 할 수 없는 산부인과 병원으로 인해 응급분만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주인공 소네자키 리에를 통해 새 생명의 소중함과 불임부부의 고통, 대리모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편견을 버리고 좀 더 폭 넓게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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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뫼비우스 서재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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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듣고 보고 접했던 2008년의 뉴욕은 세계의 중심 도시 중 한 곳이며, 금융, 패션이 첨단을 달리는 곳이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뉴욕은 꿈의 도시이자 선망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만큼 뉴욕은 영화,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고 어쩌면 그래서 더 멀게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896년의 뉴욕은 지금의 뉴욕과 천지 차이이다. 말똥은 길가에 굴러다니고 마차가 지금의 택시처럼 총알같이 달리던 시절이다. 19세기말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당연히 지금보다는 더 극심한 빈부의 차이가 나는 곳이며 신흥부호로 등장한 철도, 석유, 철강업자들은 정치권과 결탁하여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 뒤에는 항상 빛과 어둠처럼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하고 노동력 착취현장에서 소리없이 죽어가야만 했던 수많은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은 극 빈민층으로 전락해서 희망도 없고 어둠만이 가득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희망도 없고 경찰들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 어린 소년들을 거리로 내몰게 되고 상류층의 비틀린 욕망을 해결해 주고자하는 암흑가의 갱들에게 힘없이 걸려들게 된다. 10대 초반의 어린 소년들은 여장 매춘부가 되어 술과 마약이 넘쳐나는 곳에서 결코 멈출 것 같지 않은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의 희생양이 되어 하루하루 시들어 가고 있다.  

그러던 중 어린 소년 매춘부들의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뉴욕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사건을 덮으려는 자들과 소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범인을 잡고자하는 자들 간의 팽팽한 줄 달리기가 시작된다.  사회적 약자인 매춘 소년들의 사건은 소리 없이 은폐될 운명이었지만 범죄자의 심리를 연구하며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목소리를 듣고자 했던 정신과 의사 크라이즐러 박사에 의해 사건은 표면 위에 떠오르게 된다. 크라이즐러 박사는 이 사건이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본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의문을 해결할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시 사회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던 뉴욕 경찰청장이던 친구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루스벨트의 지원으로 크라이즐러와 뉴욕 타임스 기자 존 무어, 과학 수사팀의 아이잭슨 형사 형제, 뉴욕 최초의 여경 새러 등으로 구성된 특별 수사팀이 결성된다.  

마치 영화 '언터쳐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미국 금주 법 시대에 알카포네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던 미연방경찰 FBI는 알 카포네를 잡기 위해 엘리엇 네스를 책임자로 임명하고 부패하지 않은 경찰들로 팀을 구성하여 갱들과의 전쟁에서 이겨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그들과 같은 활약을 펼칠 팀원들에게 애정이 갔다. 그들은 기존의 구태의연한 수사방법에서 한층 발전된 수사방법을 시도하게 되고 열린 사고로 인해 수사는 놀라운 진척을 보이게 된다. 아이잭슨 형사 형제는 막 도입되기 시작한 지문 감식법 같은 과학 수사 기법을 동원해 범인의 뒤를 추적하게 되고, 크라이즐러 박사의 지도로 지금의 수사방법인 프로 파일링을 토대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범인의 실체를 구체화시키게 된다. 지금은 경찰영화의 기본처럼 다루어지는 지문 감식법, 프로파일링이 거의 최초로 시도되고 팀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범인의 윤곽을 만들어내는 장면에는 흥미가 더해진다.  그러나 사건은 파헤칠 수록 사건은 의문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 사건을 은폐시키고자 하는 자들의 방해가 계속되면서 범인의 과거의 현재를 이을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과연 무엇이 그를 범인으로 만들었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두 권으로 나누어진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는 모처럼 처음과 끝이 명쾌하게 끝나는 소설이다. 1890년을 배경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뉴욕의 모습과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힘겨운 삶과 그런 점을 노려 자신들의 비틀린 욕망을 채우려는 상류층들과 갱단의 모습에서 힘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소년 매춘부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세상에 지옥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소설 속 배경보다 100여년의 훨씬 지난 현재에도 무자비한 노동력 착취와 성적학대를 당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어린 소년, 소녀들이 많이 있다는 현실이 무섭다. 거리로 내몰린 어린 소년, 소녀들은 생계를 위해서 그들이 가진 기본적인 행위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기에 소설 속 시어도어의 도움으로 크라이즐러 박사와 네 명의 팀원들의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도전의식을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그들의 활약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어디선가 그들과 같은 열정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악에 맞서고 희생양일 수밖에 없는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소망을 품게 되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철저한 고증과 함께 시대말의 뉴욕의 거리를 달리는 마차와 함께 엿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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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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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들은 특히 내전을 겪지 못한 우리들은 그 참혹함을 상상하기가 쉽지가 않다. 영화에서 보듯이 격렬한 전투 장면만을 기억하기 쉽지만 전쟁의 참혹함과 고통은 실제 생활에 들어가면 더 공포스럽고 심지어 괴기스럽기까지 한다. 하루아침에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던 이웃과 적이 되고, 아이들과 산책을 나가던 공원은 아무 죄 없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로 넘쳐나게 되는 상황들이 일어나는 것이 전쟁이고 당연시 되었던 식수와 식량문제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한 집안의 가장은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많은 식수통을 짊어진 채 폭탄과 총격 속으로 나가야만 하고 엄마들은 빵을 타기 위해 긴 줄을 서다가 폭탄에 어이없는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 전쟁이다.

작가는 그러한 내전의 한 복판에 네 사람의 주인공들을 세운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전쟁을 겪고 이겨내려고 발버둥 친다. 하지만 작가는 고통의 참상을 과장하지 않는다. 읽다보면 눈물이 나는 가슴 아픈 장면에도 첼로 연주처럼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나 잔잔하게 애절하게 들려오는 첼로 소리에 목숨을 걸고 길거리를 걷고 있는 사라예보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건널목에 서 있을 때마다 그들은 머리 위 어딘가에서 날아 올 총격을 의식하며 온몸을 긴장한 채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주위의 시체를 외면하게 되고 그 지긋지긋한 생활 속에 익숙해짐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의 느끼는 공포감은 말할 수 없이 크게 다가온다. 인간이기를, 인간답게 살기를 바랄 뿐이었던 그들은 첼리스트의 연주를 통해 마음 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쏟아지는 눈물과 감동보다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아픔을 주는 책이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시기가 돌아와도 결코 예전의 모습을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의 아픔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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