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거미줄에 걸린 소녀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의 사후 이후에 밀레니엄 시리즈를 다시 읽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기에 밀레니엄 시리즈의 새로운 연장선은 기대가 되었고 원작에서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더 빛나고 멋졌던 리스베트의 귀환은 밀레니엄 시리즈가 계속되어야 하는 명분을 충분히 각인시킨다. 여러모로 대단했던 원작에 대한 기대치를 이어줄 작가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정해졌고 새로운 이야기는 '거미줄에 걸린 소녀'로 새로이 시작되었다.

우선 주인물들을 둘러보자면 <밀레니엄>의 미카엘은 예전의 빛나던 명성은 점차 사라져가고 한물간 취급을 당하며 하루하루가 지리멸렬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며 리스베트와도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상태이다. 그런 그에게 컴퓨터공학자 프란스 발데르 에게서 제보가 들어오고 리스베트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미카엘은 예전의 기자의 '감'을 다시 찾게 되고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스웨덴의 컴퓨터공학자 프란스 발데르는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느냐고 이혼한 후 어린 아들이 어떠한 상황 속에서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고 외면한 채 지내다가 아이가 처한 처참한 상황을 알게 되고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돌아온다. 그런 그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고도 예상 가능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돌아와 아들과 함께 있으며 편집증 증세를 보이며 외부 상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한 자폐아이기만 한 줄 알았던 아들 아우구스트가 수학과 그림에 천재성을 지니고 놀라운 사진 기억력을 지녔음을 알게 되면서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자신을 추적하는 해커와 킬러의 등장으로 죽음을 맞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해커들의 등장과 해커들의 전설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리스베트의 등장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쫒고 쫒기는 실력자들의 대결과 이헤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경찰청과 스웨덴 국가 안보기관 세포, 미 국가 안보국 NSA, 해커 조직 스파이더 소사이어티까지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리스베트의 진가가 발휘되고 놀라운 실력을 보이는 자페아 아우구스트와 한팀이 되어 프란스의 죽음의 배후를 파헤치게 된다. 더불어 그 죽음의 배후에는 스파이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리스베트의 끔찍했던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돼 과거의 잔재를 뿌리뽑고 싶어 한다. 하지만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 또한 만만치 않은 존재이고 앞으로 시리즈에서의 대결구도가 더욱더 강화될 것 같은 전개를 보여준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밀레니엄 시리즈 3편과 연결되어 생각하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으로 본다면 짜임새도 등장인물을 풀어내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이 만들어낸 3편의 밀레니엄 세계가 완벽하리만큼 독창적이다 보니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새로이 만들어낸 밀레니엄 속의 미카엘과 리즈베트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리스베트는 원작에서 강렬하고 여전사와 같은 그녀만의 지닐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면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의 리즈베트는 모든 면에서 부드러워진 뛰어난 실력을 지닌 해커 이미지만 남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아마도 전무후무한 리즈베트의 캐릭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남은 시리즈를 통해서 우리가 기억하고 내가 사랑한 리스베트의 멋진 활약과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