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 마음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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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라는 제목만큼 공감 가는 말이 있을까 싶다. 사실 좀 더 솔직하자면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이상하다 이겠지만 말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안다는 게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점점 더 모호해진다. 과연 내가 알고 있다고 느끼는 내가 '진짜' 나일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러한 시기에 이 책은 굳이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다 말할 필요도 비밀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고 이야기한다.(이쯤에서 숨이 조금 쉬어진다) 다른 이에게, 큰 피해를 주는 비밀과 거짓말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개인의 판단하에, 심리상태에 따라, 상황에 따라 비밀을 끝까지 지키기도, 거짓말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비밀'은 국가적인 비밀이 아닌 이상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거짓말'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타인이 쉽게 판단해서도 강요해서도 안된다. 다른 이가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이 사소한 '비밀'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크나큰 '비밀'이고 '거짓말'이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기를 강요하는, 비밀을 털어놓기를 바라는 주위 상황 속에서 꿋꿋하게 비밀스럽게 나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면, 그래서 불필요한 관심과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더 좋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꼭 수행해야 할 신성한 의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나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비밀'과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굳이 다 공개해서 더 큰 고통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더불어 비밀을 응원하고 비밀로 인해서 파생되는 고독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조금은 안심하게 된다. 오늘도 역시 크고 작은 비밀과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에게 숨 쉴 공간을 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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