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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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은 실로 불가해하고 불쾌하고 부도덕했다' -69쪽-

 

소설을 읽어가면 갈수록, 실화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약간은 초조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 물론 '여자 친구' 띠지의 문구가 큰 한몫을 했다.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만드는 데에는.

 

'여자 친구'는 같은 날 같은 맨션에서 일어난 두 건의 독신 여성 살인사건은 큰 이슈가 되었고 피해자라고 알려져 있던 피해자들의 과거 경력이 낱낱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실제 사건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모두가 '엿보기', '사생활 파헤치기'에 몰두하기 시작하고 실제 범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한 행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생전에 피해자를 실제 알았던 지인들부터 인터넷에서만 알고 지내던 타인들까지 '그녀'에 대해 온갖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생전에 그녀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과 글을 숱하게 남겼기 때문에 자신의 실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로 죽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덧칠이 되고 있다. 르포 작가 노에에 의해 사건을 재구성되고 주변 인물들을 면담하면서 추리되는 과정을 통해 사건을 보여주면서 두 여성의 죽음 이면에 숨겨진 충격적이고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 이상 두 여성의 살인사건의 범인은 중요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이중생활을 했던, 해야만 했던, 선을 넘었던 여성에 대한 도를 지나친 호기심만 남게 된다. 타인을 '엿보기'에 열광하는 것도 '드러내기' 위해 상상초월의 행동도 서슴치 않는 행동들도 참으로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대부분은 소설,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서 추악한 현실을 다룬 사건을 접하고 실제적인 상황보다 더 큰 분노를 때론 터트리다가 실제 현실은 매체에서 다루지 못할 정도로 더욱더 추악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는 슬쩍 외면하고 싶어진다. 마치 밝은 세상만을 알고 싶다는 듯이. 세상은 정말 요지경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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