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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겨울이 끝나갈 무렵,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거의 사백 일 만에 도쿄로 돌아왔다. 빗속을 아홉 시간 이상 쉬지 않고 달린 블루버드를 니시신주쿠에 있는 사무실 주차장에 세우고, 편히 죽지 못한 시체처럼 뻣뻣한 몸으로 차에서 내렸다. 비는 도심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이슬비로 바뀌었다. 살풍경한 주차장 주변 풍경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애초 한 달 정도로 예상하고 이곳을 떠난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뻐근한 등을 두드리며 뒷좌석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넣어둔 작은 여행용가방과 낡은 검은색 숄더백을 꺼냈다. -9페이지->
로 시작되어서인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차가운 빗 속에 있었던 기분이 든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무방비로 맞은 느낌이기도 하고 이슬비에 한숨이 절로 쉬어지는 기분이기도 하고.......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허름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의 탐정인 사와자키가 일년이 넘게 비어둔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시작된다. 사무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노숙자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자신은 사건을 의뢰한 사람의 부탁으로 사와자키를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말한다. 사와자키는 의뢰를 전해주는 노숙자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의뢰를 전해준 사람과 의뢰를 부탁했던 사람 모두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어렵사리 찾게 된 의뢰인은 오히려 의뢰를 망설이다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후에야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를 하게 된다. 물론 사와자키는 의뢰를 맡기 전부터 의뢰인의 주변상황이 이상하리만큼 모호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수사를 시작하자 의뢰인 아키라의 과거도 의뢰하고 싶어하는 의붓 누나 유키의 자살사건에 대한 것도 여러 의문점이 발견되기 하면서 사건은 여러 사람이 관련된 사건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누나의 자살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아키라와 누나의 자살임을 확실히 증명했던 증인 세 사람의 목격자의 진술이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사와자키는 철저하게 온몸으로 수사를 하면서 온갖 상황 속에서 두들겨 맞는다. 실제로도 쓰디쓴 말로도. 그래도 우리의 사와자키 탐정은 굴하지 않는다. 재수사를 통해서 알아낸 자살사건의 내막은 끈적거릴 정도로 탐욕과 욕망이 뒤엉켜 있고 진실이 항상 마음의 평화를 주지 못할지라도 전진해야만 한다. 진실이 그 '곳'에 있다면. 사와자키 탐정은 달린다. 그래서 믿고 싶다. 사건의 진실을 끈질기게 찾아내고 사건해결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탐정이 한 명쯤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