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네메시스'의 해리 홀레만큼 우울하고 고달프고 지지리도 연민이 가는 인물도 없을 것 같다 싶으리만큼 처절하게 사건에 맞서 싸운다. 이번에도. 시작은 오슬로에서 벌어지는 은행 강도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사건은 기이하리만큼 놀랍도록 침착하고 냉혈한인물이 벌이는 살인사건이 되었고 오슬로 전 수사관들은 그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해리와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있는 여형사는 다른 수사관들과 별도로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범인이 불필요한 처형을 왜 했는지, 왜 해야만 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해리는 급작스럽게 연락이 온 옛 여자친구 안나와의 저녁식사를 하게 되고 그 다음날 아침에 전날 밤의 기억을 잃어버린 해리는 죽은 채 발견된 안나를 보게 된다. 해리는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점을 자신의 알콜 중독 증상으로 치부하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해리 홀레를 향한 덫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항상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볼레르에게 압력을 받게 되면서 해리 홀레의 고달프고 처절한 사건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네메시스'를 읽다보면 삶에 찌들고 더 이상 희망을 갖고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인물 해리 홀레는 여전히, 그래도 '희망' 한 조각을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인물도,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을 것만 같고 '악'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만 같아도 여전히 '선'이 존재하고 극한 상황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람'뿐임을 말이다. 이러한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져야만 하지만 해리 홀레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힘겹고 고달프다. 그래서 더 연민이 가고 힘겹게 해리의 사건을 따라가고 해결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지독하리만큼 우울하고 고달프고 삶에 찌든 해리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깃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