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클래식 보물창고 15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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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이번에 세 번째 읽게 되었는데, 읽었던 시기가 각기 달라서인지 받은 느낌이 미묘하게 차이가 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처음 읽었던 십대 중반 시절에는 싱클레어의 고민도 데미안의 소년 같지 않은 모습에서도 혼란만을 느꼈지, 별다른 공감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었고 그저 명작 '데미안'을 읽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며 잘난 척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한참을 지난 후에, 두 번째 읽기 시작했을 때서야 비로소 싱클레어의 모습도 그가 안고 있던 고민도 초인 같은 모습의 데미안이 추구하는 세계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시기가 거의 처음 작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조금은 제대로 진지하게 읽었던 시기이기도 해서 감동을 크게 받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받았던 감동의 느낌을 차마 적을 수가 없었고, 남기고 싶지 않았던 때이기도 했었다. 왠지 모르게 내가 받은 감동을 어설프게 풀어 헤쳐 놓음으로 해서 다 사라져 버리게 할 것만 같은 생각에 망설이게 되었고 그런 후, 또다시 시간이 흘러 세 번째 읽게 된 지금은 고전이 주는 감동과 대작가가 주는 필력의 감동은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흘러도 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데미안'은 부유한 집안의 착한 막내 아들이었던 싱클레어가 '밝음'만이 강조되어 있던 환경 속에서 '어둠'과 '비밀'이 가득했던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줄곧 고민해왔던 양분된 두 세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여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어두운 내면의 세계를 발견하게 되면서 고통스런 심적 갈등에 빠져있을 때, 전학 온 상급생 막스 데미안의 도움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싱클레어의 인생에서 데미안의 존재는 매우 커다란 산과 같은 존재가 되어 싱클레어를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각으로 이끌게 된다. 이때부터 싱클레어는 선과 악, 밝음과 어둠, 아름다움과 추함 등으로 양분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던 세계가, 데미안의 '카인의 징표'를 새로운 해석으로 눈을 뜨게 되고 금지된 것과 허용된 것은 시대와 개인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형성된 관습과 도덕을 무비판적으로 따지지 말고 각자가 "스스로 자신의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지금까지 싱클레어를 압박하던 관습과 도덕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후에 '아프락사스'라는 신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자신 안에서 확고부동해지는 것', '자신의 내면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자신 안에서 확고부동해지는 것', '자신의 내면에 이르는 길' 만큼 어려운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만큼 힘든 삶의 과제가 자신의 내면에 이르는 길이다. 이러한 과정을 열 살의 순진하고 밝음에서 보호만 받던 어린 소년,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어둠을 깨닫게 되고 인생의 길잡이 막스 데미안, 피스토리우스을 만나, 세상을 깨닫고 내면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솔직히 부럽기까지 하다. 인생에 있어서 삶의 지침이 되어주고 방향을 잡아 줄 조언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음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매번 읽을 때마다 깨닫게 되는 것은 내면에 깊게 숨어 있는 '나'를 만난다는 것, 그 자체가 힘들게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온 몸과 마음으로 내면에 이르는 고통스럽고 혹독했던 시간들을 겪어냈던 싱클레어가, 그 길을 이끌어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던 데미안이 놀랍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알을 깨고자하는 시도를 매번 망설이는 나에게, 새로이 태어나려고 하는 자,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하는 진리를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금만 긋고 있는 내게 충격을 준다.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내면에 숨겨진 '나'를 만나라고 한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참된 천직이라고.

 

 

'새는 알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142-

 

'거대한 새 한 마리가 알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알은 세계였다. 세계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지지 않으면 안되었다.'-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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