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관 살인사건 스토리콜렉터 7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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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본에서 본격적인 오컬티즘 소설을 발표, 그야말로 공중누각 건설에 비견할 만한 초인적인 역작이라 평가받고 있는 오구리 무시타로의 장편소설이며 현학주의적 성향이 강하여 유메노 큐사쿠의 『도구라 마구라』,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공물』과 함께 일본 탐정소설사상 3대 기서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소개된 소설이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일본 3대 기서, 그 명성에 맞게 난해하고 현학적이며 어질어질하다. 우선 처음 읽기 시작하면 후리야기 일족을 설명하는 전 수사국장으로 학식 높은 형사 변호사 노리미즈 린타로가 사건을 맡게 된 검사 하제쿠라에게 비극적이고 기이한 후리야기 일족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들과 그 모든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흑사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되고 있는 흑사관은 호화롭고 웅장한 켈트 르네상스 양식으로 성관은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았고 그 흑사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난 비극적이고 기괴한 변사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가장 최근에 자살한 흑사관의 성주, 후리야기 산테쓰의 죽음은 불가사의 한 공포가 흑사관을 지배하고 있다는 소문을 극대화시키게 된다. 그러던 중 흑사관에서 지금의 당주인 하타타로를 제외한 가족 가운데 정체 모를 외국인 네 명으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이 있는데, 그들은 성주인 후리야기가 요람에 잠들어 있던 아기들을 흑사관으로 데리고 온 후, 그들은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저택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던 그들 중 한 명인 제 1 바이올린 주자, 단네베르크의 부인이 기괴한 형태로 살해되면서 노리미즈, 검사 하제쿠라, 수사구장 구마시로는 흑사관으로 수사를 하러 가게 되면서 사건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긴 세월동안 감춰두었던 흑사관에서 일어나는 기괴하고 잔인한 사건의 실체를 밝히게 된다.

 

사실 '흑사관 살인사건'은 줄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소개 글에 대해 대 공감하면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이다. 사건은 비교적 단순한 짜임새를 갖고 있는데, 그 사건을 대하고 풀어나가는 노리미즈의 어마어마하게 현학적이고 엄청난 박학다식은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들을 흑사관에 거주하는 인물 구성원들과 노리미즈만큼 현학적인 범인에 의해 한없이 복잡해지고 결코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상황까지 어어 진다. 노리미즈는 시종일관 점성술, 신비주의, 이단 신학, 종교학, 물리학, 의학, 약학, 문장 학, 심리학, 범죄학, 암호 학, 역사 지식으로 사건을 파악하고 범인이 남긴 단서와 심리를 파악해가며 후리야기 산테쓰의 저주와 클로드 딕스비의 깊고 깊은 저주, 파우스트 박사의 주문에 바탕을 두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노리미즈의 장광설로 이어지고 용의자들과 심리대결을 하고 어긋난 추리로 당황하기도 하면서 범인의 심리를 뒤흔들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들이 어지러워서 현기증이 날 정도가 된다.

 

사건자체보다 노리미즈가 끊임없이 전개하는 현학적인 설명과 전개는 사건을 잊게 만들 정도로 어지럽고 솔직히 반쯤 읽었을 때, 계속해서 읽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도대체 그의 박식함은 어디까지이고 현학적인 설명은 어디까지 전개가 될지를 모르겠고 책을 다 읽었음에도 그 난해함에 파묻히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결심 아닌 결심을 하게 된다. '흑사관 살인사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언젠가 다시 읽을 테다 하는, 그래서 기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작가 오구리 무시타로가 전하고자 했던 작가의 세계를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만약에 일본 기서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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