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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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를 읽다보면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반쯤은 잊고 있었던 추억의 시간들을 야금야금 꺼내 회상하며 혼자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그 당시의 음식들은 실제로는 초라하고 맛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추억'이라는 감미로운 기억이 덧붙여지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혹은 서글펐지만 묘하게 그 감정이 싫지 않았던 순간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추억의 한 단면을 끄집어내는 고귀한(?) 임무를 하는 음식으로서 말이다. 그 맛나던 음식을 같이 먹던 어린 시절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향 좋은 커피를 찾아 순례하듯 다녔던 그 수많은 카페들은 안녕하신지도 궁금해지고 여행지에서 과감하게 먹어봤던 현지 음식들도 기억이 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추억의 절반은 맛이고 맛의 절반은 추억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로 가득 차 있고 그래서 나의 추억도 맛도 무한 재생시켜 주며 한껏 맛에 대한 상상력을 고취시킨다. 셰프가 표현한 병어의 맛인 '구름 맛'과 '솜사탕 맛'은 어떤 맛일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아, 궁금해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엄마께서는 친구분들과 요리학원을 열심히 다니셨던 적이 있었다. 엄마께서는 요리학원에서 배우고 오신 요리를 그 다음 날 꼭 해주셨는데, 도와드린다고 하면서 옆에서 오히려 부산떨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특히 나의 추억 속에는 유난히 빵을 좋아했던 가족들을 위해, 제빵을 배우고 오셔서 둥근 카스텔라를 만들어 주셨는데, 그 맛과 향은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들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새삼 책을 읽으면서 기억이 나서 엄마와 그 당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만들어보자고 했더니, 이젠 귀찮아서도 못하겠고 아마도 그 맛은 더 이상 나지 않을거라고 하신다.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는 요리학원을 열심히 다니던 젊은 부인이었고 배워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던 가족들을 위해 좋아하셨던 젊은 시절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추억의 맛은 감미로운 기억과 사연들이 더해져서 강력한 힘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맛과 추억이 곁들여진 맛있는 사연들을 차곡차곡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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