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오른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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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외과의사 해리 리들의 수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호 존 R. 부캐넌의 긴급한 수술을 맡았지만 성과없이 돌아오는 길에 도시에서 먼 시골길에서 자동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발이 묶이게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잔혹한 사건들과 막닥뜨리게 되고 본의아니게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엘리너 대리는 억만장자 약혼자 세인트에이메와 함께 북쪽으로 운전을 하고 가다가 적갈색 머리의 붉은 눈, 찢어진 귀, 개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이, 코르크스쿠루처럼 뒤틀린 다리, 잘린 것처럼 작은 키의 기이한 외모의 부랑자를 태우게 된다. 미스 대러는 낯선 부랑자를 차에 태우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매사에 겁이 없고 순진한 면이 있는 세인트에이메는 망설임 없이 그를 태우자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약혼자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들의 갖고 있던 돈 전부를 갖고 도망친다. 이때 마침 유명한 저서를 <살인심리학>을 쓴 저명한 대학교수 맥코메르의 도움으로 뉴욕으로 돌아가다가 공포에 질린 채, 도망치던 미스 대러를 구해주게 되면서 깊이 관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 부랑자 살인마가 그녀의 약혼자를 죽인 채, 도망치면서 연이어 마을 사람들에게 사고를 일으키고 도주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길에 해리 리들이 차가 고장나서 긴 시간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고 그는 전혀 그 길을 맹렬하게 도주하는 범인의 차는커녕 단 한 대의 차도 목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부랑자를 추적하지만 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고 맥코메르 교수와 마을 사람들의 증언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하는 해리 리들을 의심하게 된다. 그 이유는 목격자들이 한결 같이 말하는 부랑자의 외모와 목소리가 해리 리들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순수하게 해리 리들의 기록인 사건의 수기를 믿을 수가 있는 것인지, 혹은 이 수기는 범인의 자백을 다룬 수기가 아닌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더구나 수기의 내용 또한 시간과 사건의 배열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지나칠 정도로 우연이 겹치면서 화자인 해리 리들을 의심하게 된다. 마을에 은거하고 있는 살인심리 전문가인 맥코메르 교수 역시 해리 리들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한 상태이며 그를 유심히 주목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도대체 해리 리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교수를 포함한 목격자들이 말하는 범인의 행방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잔혹한 살인을 연이어 일으키고 있다면 도대체 그는 누구로 가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이에 해리 리들은 억울한 오해를 벗기 위해서라도 수기에 최대한 꼼꼼히 기록하며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의 문제점과 의심되는 점을 추려내게 되고 드디어, 연속적으로 살인을 일으키고 있는 범인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범인 또한 해리가 자신을 눈치를 챈 것을 알고 목숨을 건 마지막 대결을 하게 된다.

 

'붉은 오른손'은 결코 친절한 추리소설이 아니고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사건을 의심하게 한다. 거짓과 가면 속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인지, 범인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거의 후반부에 가서야 혹시 하는 마음으로 의심하게 되고 해리 리들의 수기를 통해서야 겨우 알게 된다.(물론 내가 둔한 독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음) 작가는 지나칠정도로 겹치는 우연성을 적극 활용한다. 짙은 안개에 휩싸인 것만 같은 분위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외모의 범인과 잔혹한 사건들을 우연과 우연을 겹치게 하면서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하고 혼란에 빠지게 한다. 바로 이러한 점때문에 타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퍼즐 미스터리가 탄생되었다. 더욱이 이 소설이 1945년 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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