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 -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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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드러나는 것이 '마음'이고 그 마음의 흔적들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 그래서 그를, 그녀를 향한 마음은 절대 감춰지지 않는다. 
마음은 그런 거다. 숨기려고 하면 더 드러나고 감출 수 없는 감정들이 이리저리 춤을 추는 것.
그래서 은닉하려고 하면 할수록 긴 그림자를 만드는 것.

 

11년 차 킬러에게 주어지는 1년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그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 휴가를 끝나면 계속 킬러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7개월이나 남았기에 서두르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조직은 갑자기 찾아와 연극 한 편을 보고 무엇이 보이는지 소감을 말해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보게 된다. 첫사랑의 아름다운 그녀가 시체 연기를 진짜 시체보다 더 생생하게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을. 킬러의 휴가는 그렇게 갑자기 중단되었고 은경을 지켜야 하는 그만의 새로운 임무가 생겼다. 오랜 시간동안 은닉했던 은경에 대한 마음이 표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킬러의 취향은 가짜 취향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킬러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또 한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역시 킬러를 향한 마음을 감출 수 없기에.......

 

인간사회 전체를 감시하는 세상에서는 단순한 선택도 쌓이고 쌓여 취향을 드러나게 되고 정보는 그를, 그녀를 드러나게 만든다. 그래서 타인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에 놓이게 되고 그것은 하나의 약점이 된다. 더욱이 킬러라면 적에게 약점이 노출되고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그렇다면 드러내야 한다. 수많은 가짜 취향 속에서 진짜 취향이 은닉할 수 있도록.

세 사람은 움직인다. 진짜 취향을 숨긴 채, 속마음을 숨긴 채 끝까지 달린다. 첫사랑 은경을 지키기 위해 킬러는 움직이고 목숨을 건 킬러 친구를 구하기 위해 깊고 깊은 곳에 진짜 은닉해있던 최고의 정보 분석가인 그를 불러낸다. 오로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서.......

 

'은닉'은 초반은 비교적 잔잔히 시작하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일종의 대량 살상무기처럼 느껴지는 체코의 겨울의 추위를 생생하게 느끼며 정보 속에, 권력다툼 속에 얽히고 얽힌 세 사람의 운명을 본다. 배명훈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흥미로웠다. 어디선가 본 듯한, 조금은 익숙한 장면들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게 하며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작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음 작품은 이미 기대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가 가진 독특한 세계가 궁금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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