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허풍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다보면 허풍은 어느 새 '진실'이 되어 북극에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냥꾼들의 삶을 지탱해준다. 그것이 비록 뻔한 허풍일지라도. 외로움을 이기게 해주고 우울과 번민을 떨쳐버리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상상하기도 힘든 저 머나먼 곳, 북극의 그린란드 북동부에는 나머지 문명 세계를 '저 아랫것들'이라고 부르는 괴짜 사냥꾼들이 살고 있다. 사냥회사에서 파견된 사냥꾼들은 대한민국 반만 한 땅에서 서른 명 쯤 흩어져 살고 있으며 1년의 반은 밤이고 반은 낮인 곳에서 각자의 삶의 철학(?)대로 살고 있다. 눈과 얼음과 바람과 고독외에 결핍된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 1년에 한 번씩 물품을 실은 배가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로지 그들 스스로 견디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면서 혹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지내게 된다. 그러다보니 허풍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되고 허풍에서 나온 온갖 상상력은 실제 감을 보이며 그들을 사로잡는다. 몇 달 동안 말할 상대가 없어 외로움에 몸부림치다가 며칠 씩 눈썰매를 타고 이웃을 찾아가 이야기 폭탄을 터뜨려 상대방을 질리게 하기도 하고 상상 속의 여자를 서로 흠모하고 그 여자에 대한 권리를 거래하기도 하면서 버티어 낸다.

 

이러한 다양한 그들의 어리숙하고 순박한 북극 허풍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이게 진실일까? 허풍일까? 어리둥절해지는 부분들도 사실은 있다. 그럴 때는 어느 곳에서 웃어야 할지를, 웃어도 되는 것인지가 헷갈리는 부분들도 있어 '북극 허풍 담'이 마냥 허풍으로만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설사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경악스런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엄청난 술을 먹고 실수를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서로를 믿으며 외로움과는 싸워도 자연과는 결코 싸우려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역사는 '저 아랫것들'(문명세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순박한 그들이 삶 자체가 역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로움과는 싸워도 자연과는 결코 싸우려 들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에 머리는 시원해지고 마음은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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