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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만 같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독특하고 개성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오히려 평범한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여기 '히다리 포목점'에서도 평범한 듯 보이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궤도에서 비록 조금 빗겨나 있는 인물들이다. 눈썹이 팔자로 모양인 까닭에 매를 부르는 얼굴을 가진 모리오가 있고 사람들보다는 고양이의 마음을 더 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에우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를 산다. 열심히 일하고 자신 앞의 놓인 삶을 헤쳐나가고 사람들과 동물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코 자신들의 부족함을 실망과 좌절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조용히,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별다른 자극적인 이야기가 없어도 '히다리 포목점'은 빛나보인다.
모리오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며 혼자 살고 있는 청년이다. 그는 매를 부르는 외모를 지녀서인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레슬러인 매형과 극과 극의 성격을 지닌 누나뿐이다. 그는 그리워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매일, 매일 돌리시던 재봉틀의 소리를, 아름다웠던 꽃무늬 천조각들을.
그러던 어느 날 검은 고양이 사부로의 안내로 히다리 포목점을 찾아가게 되고 드디어 자신의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재봉틀로 치마를 만들며 행복해하고 그 재봉틀 소리에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던 아래 층 소녀 카트린느와 친구가 된다. 그 둘은 드디어 서로를 보담아 주게 되고 치마를 입고 길을 나서게 된다. 카트린느는 말한다.
"같이 스커트를 입고 데이트 하자."
"그건 무리야. 불가능해."
"분명 잘 어울릴 거야." -본문 70쪽-
아무렴. 꽃무늬 치마를 입고 행복해지고 평온을 느낄 수 있다면 당연히 입어야 한다. 다른 이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나의 행복도 중요하니까.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에우는 어머니가 키우던 사랑했던 고양이의 이름을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에우는 고양이의 습성을 많이 타고나서 열 시간 이상 잠을 자야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머리가 멍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런 그는 우연히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에우와 요코. 둘은 바로 같이 살기로 결정한다. 요코는 어렸을 때부터 귀가 짝짝인 것을 콤플렉스로 여기고 귀를 연구하다가 급기야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었고 귀 파주는 솜씨가 뛰어나서 늘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던 어느 날 노부인이 데리고 온 고양이 '사장'의 귀를 파주게 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고 노부인이 죽은 후에는 요코와 에우는 같이 살면서 사장을 키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암에 걸린 고양이 '사장'을 데리고 동물원에 갔다가 포목점 아주머니와 고양이 사부로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소개로 고양이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독특한 일을 하게 되는데.......
나와 잘 맞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일이 아무리 독특한 일이라도 당연 해야하지 않을까.
'히다리 포목점'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첫 소설이다. 소설은 <카모메 식당><안경>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일상을 담고 있어 행복해진다. 그는 이야기한다. 삶이 경쟁하듯이 발전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열심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나'를 나답게 하면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나와 다른 타인과의 소통과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서서히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게 어쩌면 진짜 '삶'의 모습일 거라고 속삭여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