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보다 더 무서운 어둠 속에서...

다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다크'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여 탐정 미로 시리즈의 중 한 편이다. 문구에 이런 글들이 쓰여 있다. '동정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정 없는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옥도가 여기 펼쳐진다.!' 라고. 그 문구가 딱 맞는 이야기가 쉴새없이 전개되어 가슴이 답답해지고 내가 전작 시리즈에서 보았던 그 미로가 이, 미로일까? 미로의 속 깊은 친구였던 도모베가 '다크'에 나오는 그 도모베가 정녕 맞다 말일까? 혼자 중얼거리면서 읽게 되는 '다크'이다. 그만큼 전작들보다 더 강렬하고 더욱 더 어두운 심연의 세계를 보여준다. 미로가 사는 세상이 바로 '지옥'이겠구나 싶으리만큼.......

신주쿠 2초메, 서른여덟 살의 무라노 미로 탐정은 사랑했던 남자를 자신의 손으로 감옥에 보내고 하루하루를 그를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감옥에 갇힌지 얼마 후에 자살을 하고 미로에게 유언의 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미로의 세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더욱이 미로의 의붓아버지는 알고 있었고 미로에게 그 사실을 긴 세월동안 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흔이면 스스로 죽겠다고 마음을 먹고 탐정일도 그만두고 의붓아버지 젠조를 죽이러 떠나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인물들에게 연이어 배신을 당하고 자신의 진심마저 알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회한의 마음은 그녀로 하여금 독기 가득한 여자로 변모시켰고 그녀는 어둠보다 더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주변 모든 인물들이 그녀를 옥죄이기 시작하며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옥의 세계가 펼쳐진다.

'다크'는 여 탐정 미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둡고 탁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선뜻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그녀가 한국으로 도피해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과 서진호 라는 한국남자가 가진 시대의 고통과 상처는 더욱 더 미로가 살고 있는 우리가 살았던 그 시절이 '지옥'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자꾸 주춤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다크'가 미로 시리즈 중에서 가장 강렬한 소설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리도 인간의 가장 포악하고 기만적인 모습을 잘 잡아내는 지, 감탄스럽다 못해 약간 징글징글해지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