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그녀는...

알렉스 ㅣ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알렉스' 그녀는 슬프도록 아름답지만 영혼이 비어버린 여성이 되어버렸다. 어린시절의 고통스런 과거는 그녀의 숨을 옥죄었고 수줍음이 많고 외로웠던 어린 소녀는 어느 새, 괴한에게 납치되어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던 피해자가 되었고 또 어느 사이에 잔혹한 살인자가 되어 우리 앞에 서게 된다.

그녀의 진짜 본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녀가 꿈꾸었던 진짜 살고 싶었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티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된다. 슬프고 진한 한숨과 함께.......

소설은 한 젊은 여성이 지독하고 잔혹한 스토커에게 파리 한복판 거리에서 납치된 후 겪게 되는 끔찍하고 고통스런 시간들을 보여준다. 얼마 전부터 낯선 이의 시선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녀이기에 납치된 후에 허공의 작은 새장에 갇혀 겪게 되는 가혹하고 폭력적인 일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하고 되집어보며 납치범에게 묻는다. "왜 하필 저를 고르신 건가요?"라고. 그의 대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린 납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그녀는 그의 냉혹하고 둔한 얼굴에서 또 다른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는 카미유 베르호벤의 수사팀과 끔찍한 연쇄살인이 번갈아 교차 진행되면서 커다란 두 축을 이루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형사가 아닐까 싶은 카미유 형사반장은 신체의 불균형적 성장으로 인한 내면의 아픔을 지닌 인물로 복잡하고 미묘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지만 그는 매사에 사건 수사에 공정을 기하려고 하는 인물이고 누구보다도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하는 강건한 형사이기도 하다. 카미유 형사반장 팀은 납치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가 평범한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가 자신을 끊임없이 변신시키며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다녔던 미모의 여성이었음을 밝혀내게 된다.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카미유는 골몰하게 되고 그녀의 변화무쌍한 모습에서 다 자란 성인 여성의 모습이 아닌 말 못한 고통 속에 처해있던 외로운 어린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은, 알렉스의 본 모습은 재구성된다.

'알렉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이고 단숨에 반해버린 소설이 되어 버렸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작가가 치밀하고 꼼꼼하게 배치한 인물들과 사건 속에서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물씬 느끼게 해주며 '알렉스' 그녀를 끊임없이 떠올리게 된다. 그녀의 화려하게 변신한 모습에서, 그녀의 잔혹함에서, 그녀의 억눌린 울음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