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라가도'는 일본의 한 사립중학교 교실에서 학생 2명이, 몇 달 전 딸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믿는 여학생의 아버지 히가키에 의해 살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딸이 죽은 후 학교에 자주 찾아와 괴로워하며 소동을 일으키곤 했던 인물이었기에 반 아이들은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고  이 사건의 희생자인 후지무라 아야의 설득에 소동은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은 아이들을 공포에 몰아넣었고 그 충격으로 인해 아이들은 사건 자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증언들을 하면서 또 한번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에 경찰은 교실과 똑같은 크기의 모형세트를 지어 사건 현장을 여러 각도에서 사건 현장을 재현함으로써 사건을 파헤치려 한다. 그러나 현장 재현에 참여했던 후유시마 순경은 사건을 희생자인 후지무라 아야의 실수로 몰고 가려고 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내부고발을 함으로써 재현은 중단되고 사건의 진실을 짐작도 못한 채, 사건은 희생자인 후지무라 아야의 고귀한 희생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여 진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건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면서 충격적인 증언들을 하기 시작하고 수상쩍은 '라가도'라는 집단이 이 사건에 깊이 관계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예상 밖의 결말을 맞게 된다.

'라가도'는 제목이자 극중 등장하는 가상의 정보수집기관인 ‘라가도’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고전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도시 이름으로, 실용적인 측면과 인간이 느끼는 감정적 측면의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별나고 괴상한 실험을 계속하는 과학자 집단이다. 이러한 집단이 학교 내 살인 사건에 깊게 관여한 사실이 경찰과 방송사에 의해 밝혀지게 되고 사건의 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세뇌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처음에 간단한 교내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여 조작된 실험, 불확실한 증언들, 시청률에만 매달리는 방송사, 자신들의 비리만을 덮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소설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모처럼 한 사건을 여러 각도로 생각하며 읽어볼 수 있어서 괜찮았고 인간의 이기심에 또 한 번 놀라게 했었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