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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우먼 인 블랙'은 안개처럼 서서히 스며들어 가슴을 아프게 하고, 그 아픔이 크나큰 상실감으로 나타나 집념으로 변하여 공포를 형성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우먼 인 블랙'은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오싹한 공포감보다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싶어지는 상실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커다란 고통만을 간직하다 떠나간 한 여인의 놀라운 집념과 슬픔은 깊고 깊은 복수심으로 일 마시 하우스와 주변 사람들을 불길함과 공포 속으로 휘감게 된다. 오히려 서양적 공포보다는 동양적 공포에 가까운 정서를 보이며 전체적인 이야기에 '한'을 품게 된다. 외부와의 철저한 고립된 저택에서, 장례식장에서, 묘지에서 검은 옷을 입은 '그녀'는 모든 것이 희망적이고 낙관적이었던 아서의 눈에 보이게 되면서 참혹하게 모든 것을 파괴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지독한 '한'과 함께 지독한 '슬픔'을 모두 간직한 채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익숙한 슬픔과 고통을 보게 된다. 우아하고 섬세한 문체를 지닌 고전적인 고딕 소설을 통해서.......
주인공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는 뭍과 물의 중간지대인 외부와는 고립된 일 마시 하우스에 고령으로 죽은 노부인의 유산정리를 위해 그곳을 찾게 된다. 처음으로 큰 임무를 맡게 된 아서는 약간은 들뜬 마음과 책임감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마을에 도착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서가 일 마시 하우스 일로 방문했다는 말에 다들 왠지 모르게 꺼려하고 우연히 드래블로 부인의 장례식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을 봤다는 소리에 다들 공포를 드러내며 경계심을 보이게 된다. 아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을 본 뒤로는 음산한 기운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서는 맡은 임무를 완수하고자 하는 의지로 일 마시 하우스에서 작업을 계속해나가며 공포와 싸우게 된다. 그러던 중 저택에서 아이의 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 방에서 압도적인 슬픔과 비애와 상실감, 한없는 절망과 고통을 느끼게 되면서 '우먼 인 블랙'이 지닌 짙은 어둠과 축축한 안개에 둘러싸인 전체적인 느낌과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아서가 겪게 된 안개처럼 서서히 스며들어 그를 예전의 그로 절대로 돌아가게 하지 못하는 공포와 쾡한 두 눈 가득 무서운 집념을 지닌 검은 옷을 입은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되는 순간, 진짜 공포와 고통이 밴 슬픔은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