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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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출간되거나 관심있는 작가의 책이 출간되면 거의 바로 구입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편이라 책들은 진짜 빨리 구입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좋은 책들을 고이 모셔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책들을 먼저 읽게 되고 이 책은 이럴 때 읽고 싶어하면서 미루다가 절판되고 품절되고 재출판되는 시기를 다 겪고 있다. 암튼 이 모든 일들이 다나의 게으른 탓이고 미련한 탓이다. 그래서 올해는 되도록이면 내 책 위주로 읽고자 하고 좋은 작가의 책들을 읽어 보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문학의 희귀한 보석으로 불리는 작가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구입한 지 7년 만에 읽게 되었고 역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5편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단편들이 들어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조금은 위축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판타지 기법을 사용하여 자연스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두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판타지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갈 것 같지만 작가는 절대로 현실성을 잊지 않고 주인공들을 현실로 데려와 조금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결말을 전해준다. 분명 이야기 자체는 신랄하고 가혹한 느낌도 들지만 이상하리만큼 전체적인 느낌은 따뜻함을 주며 위트와 아이러니, 반전의 묘미를 선물세트처럼 펼쳐 보여준다.

 

5편의 단편에는 작가의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과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신출귀몰하는 도둑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연쇄살인범에게 팬클럽이 생기는 현재의 현실을 엿볼 수 있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 불필요한 사람으로 나누어 가치를 돈으로, 생존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생각하는 사람들, 힘들고 고달프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싱글 맘에게는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권력의 횡포를 마음껏 휘두르며 자신들만의 특권을 누리고자하는 사람들, 지독한 가부장적인 가장의 의식을 가져서 가족들과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현실은 우울하고 회색빛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회색빛 이야기에 작가는 환상적인 효과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극대화시키며 묘하게 따뜻하고 비눗방울 같은 가벼움을 살짝 가미시킨다. 그래서 이야기를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잔상이 오래 남는 이야기들로 변화시키며 마음에 파문이 일듯이 진한 잔상을 남긴다.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작가 마르셀 에메의 긴 여운이 담긴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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