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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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행여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을 재벌가의 방탕하고 안하무인인 외아들 스기히코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의 꿈같이 짧았던 결혼생활과 끔찍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스트립 댄서를 그만두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던 미미 로이는 결혼 전 짧았던 연애기간에 보여주었던 스기히코의 적극성은 어리광에 떼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혼을 끝까지 반대했던 시아버지는 모든 집안의 경제권을 쥔 막강한 권력자였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남편 스기히코를 일관되게 무시하는 누나와 매형과 집안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변호사, 주치의, 가정부들의 투명하지 않는 시선들은 미미 로이를 더욱 더 난처하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시아버지가 살해되는 사건이 터지게 되고 모든 정황적 증거와 증인들의 발언은 한 사람을 노골적으로 지목하게 되면서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해진다. 하지만 사건은 모든 집안 사람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진행이 되고 모든 상황을 역전시킬 '변호 측 증인'이 나타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변호 측 증인'은 단순함의 묘미를 제대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고전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를 막연하게 읽어나가는 동안은 미처 깨닫지 못한다. 그 단순한 서술에서 어떠한 매력적인 트릭을 작가가 숨겨 놓았는지는 중반정도 읽은 후에야 아하! 하고 알게 된다. 오호라! 하면서 앞부분을 다시 읽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헷갈릴 정도로 교묘하게 작가는 서술한다. 그저 담담하게 담백하게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겉모습은 후줄근하지만 속은 냉철함으로 꽉 찬 변호사 세이케와 한결같이 미미 로이 곁을 지켜주는 스트립 댄서 에다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 오카타 경위의 활약은 사건의 진상의 진실만큼이나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활력을 준다. '변호 측 증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명확한 인물이 없다. 각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이며 하물며 가장 솔직한 인물인 미미 로이조차도 거짓말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주변 인물들과 서로 거짓말과 자기변명, 합리화를 시도하며 모래성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설정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명확하지 않기에 위증과 진실은 점점 더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사건을 극단으로 몰게 되면서 극의 집중도를 높인다.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는 독특한 주변 인물들을 평범한 사건 속에 적절히 배치시키면서 고전 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며 작가의 치밀한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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