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우화를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쉴새없이 이끈다. 발칸반도를 배경으로 과거에는 공존했던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상실감을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젊은 내과의 나탈리아는 세상 모든 이야기의 원전이자 그녀의 삶을 이끌어주고 있는 할아버지로부터 모든 이야기들을 들으며 성장했고 그녀를 혼란과 혼돈 속에서 두 발을 딛고 서 있게 해 준 버팀목이 되어준다. 여러 차례 전쟁으로 황폐해지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내몰릴 때마다 나탈리아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호랑이의 아내, 영원히 죽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기억하며 할아버지의 삶을 추억하며 그이 발자취를 따라가며 수세기 동안 황폐해져 변해버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조국에 대해 회상하며 이야기 전체를 오묘하게 교차하며 보여준다.

'호랑이의 아내'는 이야기가 한 없이 나오는 마법의 주머니 같다는 생각을 읽어갈수록 느끼게 한다. 한 편의 이야기에서 또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질 때,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질 때, 인물들이 살짝 감추어 두었던 그들의 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 좌절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현재 모습에서 더한 서글픔을 보게 된다. 빛바랜 꿈을 한순간도 져버리지도 못하고 한 줌을 손에 쥐고 있었던 그들의 모습에서 원망과 비애가 흐르고 회한과 통탄이 시대의 아픔과 함께 그들의 초라한 현재의 모습을 비추어 극에 달하게 한다.  

음악이 그저 좋아 구슬라 악사를 꿈꾸었으나 백정이 된 귀머거리 소녀의 남편 루카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놨다는 원망으로 귀머거리 소녀를 폭언과 폭행 속에 방치하며 그녀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생과 사의 예지능력을 갖고 있으나 사랑하는 여인으로 인한 징벌로 결코 죽을 수 없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 동물 박제를 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곰사냥꾼으로 알려진 다리샤, 새로운 삶을 향해 술수와 지독하리만큼의 인내심으로 새 신분으로 살고 있던 약제사,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호랑이의 아내가 되어버린 가여운 귀머거리 소녀의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현재, 손녀 나탈리아에게로 삶과 죽음의 이야기로 이어져 온다.

'호랑이의 아내'는 한 때는 빛을 발하며 아름다웠던 '꿈'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또한 한 때는 소유했지만 그 가치를 잘 몰랐던 모든 것에 대한 회한과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읽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이야기는 새로운 힘을 부여받고 또 다른 이야기로 구전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점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이야기의 힘은 분명 강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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