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들의 저택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후지산 기슭에서 나뭇가지를 늘어뜨려 만든 HELP라는 글자와 백골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에 의해 반년 전에 실종된 청년 고마쓰바라 준의 유골이라고 추정하지만 준의 어머니는 철저히 거부하며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종된 아들의 일생을 책으로 엮어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하는 어머니는 유령작가에게 집필을 의뢰하게 되고 신인상을 두번이나 받았지만 수상직후, 예기치 않았던 사고로 곧바로 소설가로서의 행보를 하지 못한 탓에 금새 잊혀진 신인 작가로 전락한 시마자키는 이 의뢰를 수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시작한 고마쓰바라 준의 일생을 출생 때부터 시작하여 주변인물들과 인터뷰를 하고 알아가면서 의외로 흥미진진한 인물임을 파악하게 되고 빠져듬과 동시에 지켜보는 눈을 의식하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남달랐던 어머니 다에코의 양육덕분에 준은 특별한(?) 경험을 겪으며 자라게 된다. 그 덕에 준은 자신의 재능을 재빨리 깨닫게 되고 발전시키게 되지만 성격적으로는 외골수에 자신만이 최고라 생각하는 이기적인 면을 갖게 되고 되고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의 아이로 자라게 된다. 유령작가 시마자키는 준의 과거 행적을 되집어 갈수록 점차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인(異人)이, 준의 일생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과 이인이 나타날 때마다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마자키는 준의 일대기를 묶는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할수록 미행과 낯선 이의 시선을 강하게 느끼게 되고 준의 미모의 여동생 유키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서 점점 더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되면서 사건은 준과 시마자키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이인들의 저택'은 작가 오리하라 이치의 장점인 서술트릭이 화려하게 보이는 소설이다. 숲에서 길을 잃고 죽음을 시시각각 느껴야하는 아들의 절규와 준의 행적을 찾아가며 일생을 재구성해가는 과정을 서술트릭으로 교묘하게,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도착의 론도'를 아직 읽지 못해서인지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충분히 서술트릭의 즐거움을 맘껏 보여준 소설이라 생각이 된다. 중반 부분부터 헷갈리기 시작한 서술트릭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미있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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