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하프 위크 에디션 D(desire) 3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둘의 관계를 이해하기에는 나의 상상력이 너무 빈약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읽고 있는 나는 남자에게 살의를 가진다.' 

'나인 하프 위크'를 반 정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한, 두 장 읽고는 나도 모르게 답답하게 막혀 있는 것만 같은 숨을 내쉬게 된다. 남자의 강요에 의해서 나인 하프 위크 동안 감금당한 것도 아니었고 온전히 그녀의 선택이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둘의 관계가 부당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선택을 했다. 남자에게 중독되기를, 자포자기할 정도로 자신을 놓아 보기를, 완벽하게 종속되기를.......  

5월의 뉴욕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매력적인 남자는 매력적인 외모와 매너로 여자로 사로잡는다. 여자는 처음에 사랑의 기술을 잘 아는 남자로 생각했었지만 곧 그의 치명적 매력과 점차 드러나는 기이한 행동과 요구에 하나 둘 길들여가며 여자는 자신 안에 숨겨진 욕망을 느끼게 되고 별 거부감 없이 따른다. 그는 여자에게 완벽하게 자신의 말을 듣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며 매질을 시작하고 식탁다리, 커피 테이블에 수갑을 채운 채, 그녀를 묶어 둔다. 그는 그녀를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먹이고 목욕을 씻기고 비싸고 고급스런 브러시로 머리를 매일 밤 빗겨준다. 그 후 그 브러시로 그녀에게 매질을 한다.  

이러한 일들이 나인 하프 위크 동안 반복되며 극한의 욕망을 위해 남자의 요구는 점점 더 강도가 세어지고 그녀의 매질 당한 상처는 깊어져만 간다.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욕망의 한계를 느껴보기 위해 여자는 수갑에 묶이고, 개처럼 바닥을 기고, 창녀처럼 입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애인이 다른 사람과 하는 섹스를 지켜보는 등 여자는 무슨 일이든 남자가 시키는 대로 이끌려가면서 자신의 육체와 자아를 분리시킨다. 그저 육체는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끼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다른 낮과 밤의 생활을 한다. 낮에는 유능한 커리어 우먼으로 밤에는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남자의 완벽한 보살핌 속에 욕망을 위한 대상으로 살면서 쾌락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자아와 삶을 방관하며 지낸다. 남자의 도를 지나친 요구와 피를 부르는 매질과 죽음의 공포를 여자가 느끼고 자기 보존 본능이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남녀의 사랑 표현방법은 다양할 수 있고 타인들이 모르는 둘만의 소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소통이든, 육체의 소통이든 둘만이 가지는 방법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낯설고 공포감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사랑방식을 나누는 남자와 여자를 온전하게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았다. 스스로의 의지로 수갑을 차고 식탁다리에 묶어 있는 여자를, 심한 매질 뒤에 오는 섹스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자신을 방치하는 그녀를, 모멸감, 수치감을 느끼게 하는 심한 요구에도 결국 남자의 요구대로 다 응하는 그녀를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남자에게 느꼈던 감정은 좀 더 복잡한데, 여자가 느꼈던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이 아니라 시종일관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라 더 공포감 있게 다가왔고 분노, 살의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시종일관 매력적인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여자의 모든 것을 대신 해주며 완벽한 옷차림에 점잖은 매너, 매혹적인 미소를 지닌 남자이다. 그는 여자를 죽을 만큼 매질을 하면서도 결코 흥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자를, 자신을 극한의 욕망의 상태로 내모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자입장에서 타인의 입장에서 둘의 관계를, 나인 하프 위크 동안의 일들을 무조건적으로 이해 불가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저 책을 읽으면서 최대한 이해하고 싶었다고만 말하고 싶다. 일반적인(정상적인) 사랑방식의 시각으로 보아서 자꾸만 남자가 가하는 모든 일들이 여자에게 부당하고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야기한다. 좋았다고....... 그녀는 선택을 했고 남자와 함께했던 나인 하프 위크를 인생의 한 장으로 만든 것이다. 더 이상 말이, 판단이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다.   

'밤 시간이 되면 나는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완전히 보살핌을 받았다. 어떤 결정도 내릴 필요가 없었고, 아무런 책임도 없었다. 선택권도 없었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139쪽 중략-

*사디즘이란 성적 대상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을 말하며, 마조히즘은 이와 반대로 학대를 받는 데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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