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트는 도련님

힌트는 도련님
백가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소설가는 당연히 소설을 항상 써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창작의 고통은 오히려 글쓰기의 즐거움내지는 낭만적인 고통이라고 생각해왔었나보다. 그래서 그들의 글쓰기는 자신들의 재능에 대한 당연한 일이라고, 의무가 있다고까지 생각했었나보다. 몇 년 전 작가의 '조대리의 트렁크'를 읽은 후 충격과 즐거움을 동시에 받은 독자인 나는 당연하게, 아주 자연스럽게 지인들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작가는 왜 책이 안 나와? 요즘 소설 안 쓰는 거야" 했었더랬다. 마치 그 작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독자인 내가 당연히 책을 기다리고 작가들은 열심히, 재미있게 소설을 써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힌트는 도련님'을 읽다보니, 슬쩍 미안한 마음과 억지스러웠던 마음이 동시에 풀리는 기분이 든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읽어보면 안다고 말하고 싶다. 

'힌트는 도련님'은 분명 너무 강했던 전작 '조 대리의 트렁크'보다는 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고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전작이 주변시선 의식하지 않고 강렬하게 내지르는 느낌이 강했다면 '힌트는 도련님'은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시선을, 주위의 시선을 감내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만큼의 변화가 있고 이야기들은 더 깊어지고 슬픔이 내밀하게 뭉쳐져 있다. 그래서 단편들을 읽고 나면 왠지 외면하고 싶었던,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엿본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한 현실과 초라해진 얼굴을 보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만 없는 현실처럼 덮고만 싶었던 책 페이지를 펼치고 숨 한 번 쉬고 읽게 되고 삶은 계속되는 거다. 

'힌트는 도련님'은 8편의 개성 있는 단편들이 실려 있고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그 중 '그래서'는 묘하리만큼 가슴에 남아 읽는 중에도, 읽은 후에도 책 속에 파묻혀 독서에만 매진하는 노인의 모습과 글자가 언젠가는 날아가지 않고 글로 새겨지는 날을 꿈꾸며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백의 표정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짠해진다. '힌트는 도련님'은 작가의 변화된 모습을, 깊어진 모습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