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연애 속에 갇힌 사랑은...

완전연애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완전 연애'를 다 읽고 난 느낌은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 사랑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 사랑이, 사랑일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보게 된다. 그만큼 그들의 사랑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고 무섭다 싶을만큼 집요했다. 주인공 혼조 기와무가 화단의 거장 나기라 다다스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불가사의한 세 건의 살인사건과 평생을 간직해 온 사랑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고 감정의 깊이가 아니었다. 그만큼 혼조 기와무의 도와무에 대한 사랑은 특별했고 어느 정도는 기이한 색채를 띤다. 그의 사랑이, 그녀의 사랑이 완전연애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은 실로 험난하다.  

쇼와 23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게 된 혼조 기와무는 후쿠시마의 작은 온천마을 가타나카케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큰아버지 댁에서 일하면서 지내게 된다. 아버지와는 성향이 전혀 다른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사촌인 마스코와 함께 지내게 된다. 그때 마침 여관 별채에는 도쿄에서 전쟁을 피해 온 화가 고보토케가 묵고 있었고 그의 딸 도모네까지 내려와 같이 지내게 된다. 선머슴 같은 사촌 마스코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도모네에게 기와무는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기고 그때부터 평생의 사랑이 시작된다. 기와무의 도모네에 대한 사랑은 어둠 속에 빛나는 빛이었고 생명줄이었다. 과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지, 아닐지는 판단하기도 판단할 수도 없을지라도 말이다.    

사랑에는 여러 빛깔의 사랑이 있고 모든 사랑은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비록 그의 사랑이, 그녀의 사랑방식이 이해하기 힘들지라도 평생을 걸쳐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면, 그래서 그 사랑을 온 힘을 다해 지켜왔다면 존중받아야 하며 그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하고 또 인정해야만 한다. 설사 그 사랑의 깊이와 켜켜이 쌓여 있는 사연들을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완전연애'를 다 읽고는 처음에는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었고 그 다음에는 이해하고 싶어졌다.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행복이 가득한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어느 누구도 한 번의 사랑이 아픈 사랑이 되어 평생을 지배할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예측불가능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그리 많이 주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고 집요하리만큼 집념 가득한 사랑은 그들의 인생을 뒤바뀌어 놓았다. 그들의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세상 어는 곳에서는 그들의 사랑방식과 비슷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아, 그들의 사랑이 낯설지가 않기도 하다. 사랑의 방식과 형태는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수많은 사연들이 가득할 테니 말이다. 사랑의 감정을 다 이해할 수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도 감히 생각해볼 수도 없지만 여러 빛깔의 사랑의 모습만은 인정하고 싶어진다. 완전연애 속에 갇힌 그의 사랑을, 그녀의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