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빌가의 테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2
토머스 하디 지음, 유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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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주일이 넘게 '더버빌가의 테스'를 읽었다. 조금 기분이 오락가락하던 시기에 읽어서인지 힘들게 읽었고 그녀, '테스'를 감정적으로 바라보며 애증까지 생길정도로 감정과잉이 일어났었다. 테스가 믿는 사랑이, 테스가 하는 사랑이, 테스가 이상화시킨 사랑의 대상이 벅차게 느껴졌다. 그녀는 어쩌면 저리도 사랑 앞에 맹목적일 수가 있는지, 무모하리만큼 에인절이 만들어 놓은 '순결한 사랑' 앞에 그렇게도 순종적일 수가 있는지, 너무나 뜨거운 마음을 그리도 참고 참으며 지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생겼다.  

여기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빼어난 미모가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고통과 시련이 되어버린 노동자 계급의 '테스'가 있고, 모든 인습과 종교적인 사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채, 답습을 하며 테스의 고통을 사랑의 이름으로 가중시키는 에인절이 있다. 또 한 남자, 알렉이 있다. 그는 테스의 소녀시절을 송두리 채 망친 사람이며 육체적인 사랑이 우선인 사람이다.   

흥미로운 점은 테스가 바라보는 두 남자에 대한 시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다는 점이다. 마치 처음 인식된 것이 전부라고 믿는 아이처럼 테스는 반응한다. 한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적인 남자로, 또 한 명은 파렴치한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행동과 말에 집요하리만큼 집착하며 사랑을, 증오를 가진다.  

하지만 두 남자는 결국은 똑같다. 둘 다 테스가 원하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주질 않는 모순을 지닌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테스의 '모습'만을 추구하고 욕망한다. 에인절은 현재의 테스의 깊은 사랑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과거라는 이름의 망령에 시달리며 테스를 잔인하게 감정적으로 내치고, 알렉은 뛰어난 외모만큼이나 삶에 대한 열정을 지녔던 테스의 이성을 무시한 채, 그녀의 육체만을 소유하고자 한다. 그러기에 테스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갈등하게 되고 혼란을 느끼게 되며 자신을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도 테스는 처음 인식된 그녀의 이상적인 사랑, 에인절에 대해 끝까지 순결, 무결하게 맹목적인 믿음을 보인다는 사실에 감동이 되기도 하고 그녀의 순진함에 어이가 없어지기도 한다.   

'더버빌가의 테스'를 읽는 동안, 읽은 후에 '사랑'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왜 '사랑'은 현재를 사랑하지 못할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의심과 질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나는 과거에 집착하며 그녀의, 그의 과거의 사랑에 궁금해 하며 뭘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과거의 사랑보다 내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든다. 테스가 그저 애원의 눈길로 사랑의 마음을 다해 에인절에게 원했던 대로 '현재'의 사랑을 가장 중요시하며 살아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테스가 바란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말이다.

'더버빌가의 테스'는 오랜만에 사랑의 과잉(?) 속에 있을 수 있게 해준 책이었기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고1 때 소녀의 편견으로 무자비한 잣대로 읽었던 테스는 진정한 테스가 아니었음을 알게 한다. 진정한 '테스'를 만나고 싶다면, 그래서 테스의 사랑을 이해하고 싶다면, 사랑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고 느끼고 싶다면 다시 어른의 시각으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테스'가 어떤 사랑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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