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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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는 참으로 가슴을 아프고 고통스럽게 하는 실제 사건 '키티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가슴을 졸였고 아팠고 키티 제노비스가 죽게 된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또 동시에 38명의 평범한 이웃들이 살인 방조자가 된 상황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속이 상했다. 키티 제노비스의 죽음처럼 그러한 상황을 아파트 창문으로 그들처럼 내다봤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38명의 그들처럼 침묵과 방관, 더 나아가 방조를 하며 기억 속에서 밀어내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되풀이해서 하게 된다. 하지만 난 솔직히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속이 상한다.  

1964년 3월13일 뉴욕에서 28살의 키티 제노비스는 새벽 3시에 귀가하던 중 괴한에게 습격당하여 키티가 지른 비명에 집집마다 불이 켜졌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38명의 주민들 앞에서 추가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강간, 살해되었다. 주민들은 텔레비전을 보듯이 따뜻한 실내에서 담요를 둘러쓰고 그 상황을 구경(?)을 했다. 집에 불을 켜고 사건을 지켜보거나 소리를 들은 목격자가 38명이나 되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내려가 보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그후 미국에서 긴급 전화 911을 창설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처음 <뉴욕 타임스>에 네 줄짜리 기사로 실렸고 이후 미국 사회 전체에 엄청난 반향으로 일으켰고 전 세계가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되었다. 이후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 효과' 등의 심리학 용어가 탄생했고, 키티 제노비스와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을 통해서 사건 당사자였던 키티 제노비스가 자신의 집 앞에서 38명의 방관자들의 시선아래에서 고통스럽고 외롭게 죽어갔을 키티의 시점에서 생각해보고 아파트 실내에서 그 사건을 보면서 '다른 누가 경찰에 전화했을 거야', '이런 사건에 복잡하게 개입하지 말아야 해'. 했던 38명의 평범한 이웃 주민이 살인 방조자가 되어버린 그 순간을 상상해본다. 또한 소설을 이끌어 가는 나단과 길라처럼 그 사건이 일어났던 날에 집에 없었기에 38명의 살인 방조자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들은 그 38명과는 다르다고 위안과 안도를 하는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그 슬프고 고통스러운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말이다. 이러한 세 가지 시선이, 시점이 고통이 되고 불안한 이유는 그 세 가지 상황이 그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깊이 있게 파고들며 사실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를 그려내며 '키티 제노비스' 사건이 일어났던 1964년 3월로 이끈다. 침묵과 방관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일으켰는지를 담담하고 간결한 어조로 생생하게 사건을 재구성하여 전해준다. 마치 이 사건에서 그 누구도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알려주듯이 말이다. 과연 나는 38명의 평범한 이웃에서 살인 방조자가 된 그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하는 고통스런 질문을 수없이 되 뇌이게 한다. 나라면 정말 내려가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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