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베리 - 세미콜론 그림소설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포지 시먼스 글.그림, 신윤경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마담 보베리'는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를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재구성한 그래픽 노블로, 예리한 관찰력과 인물들의 놀라운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 보봐리 부인을 20세기 말 현대의 보베리 부인으로 완벽하게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젬마 테이트는 얼마 전 잘 나가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뚱뚱해진 몸과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에 울적하던 차에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이혼남 찰리 보베리를 만나게 된다. 젬마는 그에게 슬쩍 위안을 얻게 되고 지긋지긋해진 삶의 변화를 주고 싶어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이혼남 찰리에게는 근처에 사는 전 아내와 두 아이들이 있어 둘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간섭해오자, 젬마는 프랑스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시골 마을에 정착해 보베리 부부로 평화로운 삶을 꿈꾸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젬마는 점차 권태로운 생활, 언어의 장벽, 불편하고 낙후된 오래된 집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되고 모든 게 또다시 권태로워지기 시작한다. 젬마와 별로 통하는 게 별로 없는 지루한 남편 찰리에게는 더 이상 관심이 사그러 들고 있고 찰리 역시 변덕이 심한 젬마를 피해 자신만의 공간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젬마는 그때부터 스스로 변화를 주고자 노력을 한다. 우선 철저한 다이어트로 예전의 날씬했던 몸매를 되찾고 아름다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같은 마을에 사는 오래된 성에 살고 있는 부잣집 아들 에르베와 만나게 되고 변화된 자신의 외모에 스스로 감탄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고 달콤하지만 위험한 불륜을 시작하게 되면서 삶의 생기를 되찾게 된다. 젬마는 알고 있다. 부잣집 철부지 아들 에르베와의 만남이 오래가지 못할 것을, 그래서 현실적으로 그와의 관계를 상상하며 적당한 마음의 거리를 주려고 한다. 하지만 에르베의 충동적인 사랑고백으로 젬마는 점점 더 젬마 테이트에서 보봐리 부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걸치게 된다.  

특히 그녀가 이주해오면서 그녀의 변해가는 모습을 오랜시간 동안 지켜본 빵집 주인 주베르에 의해서 말이다. 그의 관음증에 가까운 엿보기와 상상은 실제의 젬마의 현실적인 선택과 모습을 19세기의 보봐리 부인으로 대입시키면서 그녀의 삶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젬마 스스로 선택한 모든 일에 대해 19세기 식 잣대로 그녀를 판단하고 대입시키며 시종일관 호시탐탐 지켜보는 이웃인 빵집 주인 주베르의 시선과 상상,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든 것이 웃음을 가장한 공포 극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 젬마를 몰래 지켜보다 그녀를 향한 마음이 사랑인 것을 깨닫게 되고 혼자만의 사랑, 질투, 배신감, 죄책감을 느끼며 변해가는 표정을 완벽하게 표착하며 그의 시선을 따라 젬마 테이트를 보봐리 부인으로 보게끔 한다.  

하지만 젬마는 19세기 보봐리 부인이 결코 아니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여인이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녀는 불륜과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지만 누구를 탓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설 '보봐리 부인'식의 비극으로 이끌고 가려는 심리적 의지를 보이는 빵집 주인 주베르의 시선과 복잡한 삶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 가려고 했던 젬마의 시선을 따라가며 '마담 보베리'를 생각하게 하고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봐리'를 읽어 볼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하며 그녀 둘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었는지, 그녀들의 선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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