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1 (완전판) - 죽음과의 약속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연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상상해보기도 힘들 정도로 가족들을 심리적 압박으로 고통을 주는 압제적인 폭군 보인턴 부인은 가족들을 동반하고 에루살렘으로 여행을 오게 된다. 특이한 가족의 구성원은 매사에 무기력해 보이는 큰 아들 레녹스와 아름답고 우아한 그의 아내 나다인,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둘째 아들 레이먼드, 그와 흡사한 여동생 캐롤, 보인턴 부인의 막내 딸인 정신분열증 초기 증세를 보이는 지니로 구성된 가족이다. 그들은 극도로 외부와의 접촉과 꺼려하며 여행을 하고 있으며 무엇인가 항상 불안해하며 또 동시에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눈빛을 지니고 있다. 특히 둘째 아들 레이먼드는 자신만만하고 아름다운 현대 여성 새라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그러던 중 페트라에서 가족들을 억압하는 즐거움으로 살아오던 보인턴 부인이 시체로 발견되고 가족들과 지인들은 드디어 갈망하던 자유를 얻게 되고 사건은 자연스럽게 무마되려고 하지만 그 현장에는 명탐정 푸아로가 있었고 그는 여행의 일원이었던 정신과 의사 제라르의 의심으로 시작된 노부인의 사건을 조사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죽음과의 약속'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심리적으로 얼마만큼이나 억압하고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외부에서 보면 폭군이지만 나이 들고 병든 노인네에 불과한 보인턴 부인에게 며느리 나다인을 빼고 온 가족이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어린 시절부터 세뇌 당하다시피 하면서 자라면서 억압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끔찍하게 느껴지고 보인턴 부인이 진정한 악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 아이들은 새엄마의 통제아래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못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면 어느 누구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죽음과의 약속'은 살인사건과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소설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과 고통에 시달려 오던 가족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보인턴 부인의 죽음으로 새롭게 맞이하게 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더 집중되는 소설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사람들을 지배하고자 했던 갈망과 탐욕을 지녔던 보인턴 부인의 실체는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그저 초라하고 가족들이나 괴롭히는 데 즐거움을 지녔던 시시한 독재자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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