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피넛 1
애덤 로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장 나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배우자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맞을테고....... 사랑에 빠진 두 남녀는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둘은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보호하며 어떠한 상황이 되어도 내 편이 되어 줄거라 굳게 믿으며 결혼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열렬했던 달콤한 감정들과 육체적 매력은 그를, 그녀를 더욱 빛나게 보이게 할 것이며 행운이 나에게 온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생활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처럼 마냥 달콤하고 열정적이지 못하고 슬슬 서로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장점들이 단점들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서로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신중해보였던 모습은 뚱한 성격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한없이 매력적인 웃음은 헤픈 한량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이중적 감정을 상대방에게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애증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말이다.  

'미스터 피넛'은 한 남자의 은밀한 상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내를 너무 사랑하고 그래서 단 하루도 아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남자, 데이비드는 아내 앨리스의 죽음을 매일 상상하며 다양한 아내의 죽음의 형태를 꿈꾸며 가장 극적인 순간에 자신이 등장하여 아내와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고 싶어 한다. 그 은밀한 즐거운(?) 상상은 그가 쓰기 시작한 소설로 집약되기 시작하고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 융합되면서 끝도 모를 미로 같은 이야기가 어지러워진 결혼 생활만큼이나 복잡다단해진다. 서로의 감정들이 겹치고 또 겹치면서 서로 모순되고 오해되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해석되어 에셔의 그림과 같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데이비드에겐 소설도 진심이고 결혼도 진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소설이 곧 그의 결혼을 의미하게 되었거나 그의 결혼 생활을 소모해버리기 시작하면서 현실과 상상 속에서 길을 조금씩 잃기 시작하며 모든 게 혼란스러워진다. 소설 속 인물들과 현실의 인물들이 교차하게 되고 소설 속의 데이비드와 앨리스와 현실의 데이비드와 앨리스를 구분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게 되고 소설 속 인물들의 부조리한 결혼 생활 또한 복잡 미묘해진다. 한 때 너무나 사랑했고 믿었던 존재이며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지만 빛깔이 조금씩 퇴색되고 변질되기 시작한 세 부부의 이야기는 결혼 생활에 대해, 사랑에 대해, 믿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미스터 피넛'의 작가는 사랑했던 만큼이나 미움도 강도가 세지기 시작하면서 서로는 믿음을 상실하게 되고 체념과 무시, 인내의 과정을 겪으며 그야말로 생활을 위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채, 은밀한 상상을 하며 보내게 되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감정의 변화에 따라 묘사한 장면들과 심리묘사를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탈을 꿈꾸고 새로운 인생, 자유를 꿈꾸었지만 결국 그 자유는 결국 그를 가장 사랑했던 배우자들의 허락 혹은 묵인 아래 행해졌고 그랬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었던 거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의 소설 속에서 데이비드는 그와 더불어 앨리스, 두 쌍의 부부를 등장시켜 새로운 자유를 모색하고 꿈꿨지만 현실의 데이비드에게는 미워하고 증오할 청부 살인범도 그를 의심하고 살인범으로 몰고 가는 형사들도 없음을, 자신이 끝까지 살려내고자 했던 앨리스와 자신의 모습도 없음을 무기력하게 깨닫게 되는 과정은 깊은 무기력과 함께 현실의 무정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살아남은 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고 애증에서 애를 더 키우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부부들과 커플들의 과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을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했던 앨리스에게 애정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