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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 합본판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9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해문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증명'은 다 읽고 난 후에 왠지 모르게 울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등장인물들 모두 기 막히는 각자의 고통스런 사연들을 지니고 있고 추악한 모습이든, 미화된 모습이든 감추고 꾹꾹! 눌러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한 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어떤 계기로 그동안 숨겨두었던 그림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불안정한 삶이기도 하다. 소설은 감추고 또 감추고 모든 상황에서 자기를 가장 우선시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이 사실감 있게 그리며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도,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숨 막히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알 수 없는 가슴 속 응어리와 함께.......
'인간의 증명'은 도쿄 중심부에 있는 화려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 젊은 흑인이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은 복장을 한 흑인의 죽음은 일본 경찰과 미국 경찰들이 수사에 동원되고 살해된 흑인의 미국에서의 주변상황과 일본에 도착한 후의 행적을 되 집어 보게 된다. 그러던 중 그가 공격받았다고 추정되는 공원에서 주운 낡은 밀짚모자와 택시에 두고 내린 '밀짚모자'라는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이 단서가 되어 그의 과거와 일본에서 죽기 전까지의 행적을 조사하게 되면서 사건은 과거와 현재의 세월을 뛰어넘으며 복잡해지며 진실 너머의 진실을 찾고자 한다.
'인간의 증명'은 이야기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가장 이기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은 있는 법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 선을 자의든, 고의든 넘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이다. 그 선택의 결과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더라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할지를 소설은 내내 묻고 있다. 그러기에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응어리진 가슴 속 울음을 울어야만 할 것 같아진다. '밀짚모자'의 시를 되새기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추어진 슬픔과 눈물을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작가가 들려주는 묵직한 인간 본성의 탐구와 증명하기 위한 노력들은 가슴 뭉클해진다.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주었던 형사들의 이야기도 현실감 있게 그려져 더 실감이 나는 부분이었고 특히 일본의 형사 무네스에와 요코와타리 형사가 흑인 청년 가족의 과거 행적을 따라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되었던 기리즈미 숲 속 온천을 찾아가고 증거를 찾는 과정을 그린 부분들은 묘하리만큼 절묘하게 어울리며 인상 깊게 남는다. 지나치게 바쁜 일상과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이 사라진 기리즈미의 고요함과 적막함은 평온했던 20년 전의 행복했던 모습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20년 후의 고통스런 시간들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아 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러기에 '인간의 증명'은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그린 멋진 소설로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