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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이란 하고 있을 때는 조금은 지겹고 힘들게 느껴지고 시간의 지겨움을 순간순간 느끼게 되지만, 막상 일을 쉬게 되었을 때는 그 시간의 지겨움이 매순간 그리워지는 것이 또 일이라는 행위인 것 같다. 만약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백프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부러운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다. 일의 특성상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어느 순간 그 좋아하는 일이 '일'이라고만 생각되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 재미난 '일'은 밥벌이의 일뿐이자 고충의 일로 전락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만 하고 매진해야만 하는 것은, 그 '일'이 '나'를 대변한다는 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일이, 그녀가 하는 일로 인해 상대방이 달라져 보이기도 하고, 괜히 실망스러워지기도 하는 치졸한 마음이 슬쩍 생기기도 하며 나도 모르게 저울질 아닌 저울질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상대방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로만 평가받기 싫어하면서 나도 모르게 상대방이 하는 '일'로만 평가를 내리는 우를 쉽게 범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회 속에서, 나를 둘러싼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생계수단이자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과시할 수 있는 표현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일'은 우리를, 나를 대변하고 삶을 돌아가게 만들며 비추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일'은 열망하기만 할 수도, 지겨워만 할 수도 없는 위치에 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10장에 걸쳐 다양한 직업 영역을 보여준다. 무심히 지나쳤고 잘 알지 못했던 직업들의 세계를 세밀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그 속에 숨겨진 애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장에서는 무엇이라 설명하기 힘든 마음의 헛헛함을 느끼게 되고 또 다른 장에서는 일의 복잡함과 정교함, 끈질긴 집념에 숨이 차기도 한다.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전작과는 달리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오는 은근한 무거움 때문인지 어느 장에서는 술술 읽히다가도 어느 장에서는 도통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다 읽게 되는 것은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들려주는 일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과 그의 이야기에 알게 모르게 공감하며 종종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을, 그 일상에 묻혀가는 '나'를 다시금 바라보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