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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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침대, 책상, 책장에 늘어놓게 되는 물건들, 책 진열 방식, 욕실정리방법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안에 숨겨진 자잘한 욕망, 보여주고 싶은 욕구, 숨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고 한다. 저자 샘 고슬링 박사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투영시키거나 감추려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 사무실, 물건들을 통해서 성향, 이미지를 파악하는 실험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그러한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이다.  

나의 경우에는 손님이 오기로 예정되어 있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방 청소를 아주 열심히 한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갔던 책장의 먼지도 털고 구석구석 정리해보려고 최대 노력을 하며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은 옷장 안에 숨기는 편이다. 그러니 만약 스눕퍼들이 내 방에 들어와 실험을 한다면 옷장 안이 겉으로 보여지는 내 방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책장에 꽂힌 책들에 관심이 있는 친구가 손님이라면 순식간에 책 진 열을 다시 해놓는다. 읽어야지, 꼭 다시 읽어야지 하기만 하고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고전 몇 권과 구입해 놓고는 거의 잊고 있다시피 했던 심리학책, 사진집, 좋아하는 추리소설들을 적절히 섞어 놓곤 한다. 친한 친구들은 다른 장르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나의 편파적일 수 있는 책읽기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다양한 책들을 읽는 편이거든 하는 과시욕이 결합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 손님이 돌아가고 하루 이틀이면 머리 맡 책장은 다시 장르 구별 없이 마구 섞여있고 여러 책들이 한꺼번에 반쯤 읽은 상태로 놓여있게 된다. 결국 남한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이미지와 본래의 '나'는 정도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친구의 방을 처음 가게 되면 주욱 훑어보면서 취향을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친구 역시 방 정리와 책장 정리를 해놓았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말이다. 

저자인 샘 고슬링 박사와 연구진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방, 사무실, 개인물건들을 늘어놓는 방식, 사진 배치 등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숨겨진 진심을 찾아내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고 그 방법들을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나도 모르게 행해지는 주변의 물건들을 통해 취향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즐겁게 느껴진다. 방의 책장들만 봐도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의 책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배치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록 그 책들을 아직 다 읽지 못한 책들일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주변 공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의도적으로 어떤 상징들을 표현하는, 즉 '자기 정체성을 주장' 하는 장식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 - 샘 고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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