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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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페허에 바라다'는 어쩌면 가장 실제 경찰(탐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극적인 사건이나 놀라운 해결, 덤으로 로맨스까지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형사(탐정)의 모습이 아니라 소소한 사건이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과 사람과 사람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더불어 연민까지....... 

과거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끔찍한 사건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고 휴직 중이었던 형사 센도 다카시는 지인들의 의뢰로 사건들을 맡기 시작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홋카이도 각지를 찾아다니며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자신은 슬쩍 빠져버린다. 휴직 중이라 수사권은 없지만 센도 형사는 최선을 다해 의뢰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러면서 센도 형사 역시 형사 복귀를 기다리며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치유하며 회복하고자하는 의지를 보인다.   

6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두 편을 소개해본다. '폐허에 바라다'는 13년 전  삿포로에서 센도 형사가 신참이었을 때 일어났던 매춘부 살해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40대 출장안마사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휴직 중인 센도 형사에게 한 남자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된다. 센도 형사와 담당형사는 13년 전 삿포로 사건의 범인으로  12년의 징역을 살고 얼마 전 출소한 범인임을 알게 되면서 범인과 센도 형사는 1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범인과 센도 형사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 회복, 또 다시 상처를 받으며 회한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실려 있는 '복귀하는 아침'은 의사로부터 세 번째 기후요법을 명령받고 홋카이도 동부의 한적한 시골 온천에서 낚시와 산행, 입욕의 순으로 한가하게 보내던 센도 형사는 현장 복귀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복귀를 위해 떠나던 중 3년 전 삿포로에서 일어났던 사건현장 호텔의 직원이었던 나카무라 유키코의 의뢰를 받고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유미코의 동생을 위해 오비히로로 떠나게 된다. 유미코의 여동생은 오비히로의 자산가 집안의 딸로, 레스토랑을 직접 경영하는 경영자였던 여성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매스컴의 과도한 취재로 심신이 나약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센도 형사는 유미코의 정보에 따라 조사를 시작하게 되고 유미코의 여동생 하루카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알아보던 중, 의외의 사실과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센도에게 의뢰를 맡긴 언니 유미코의 진짜 심중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폐허에 바라다'는 과거의 자신의 실수로 사건을 방치하고 끔직한 결과를 초래했던 센도 형사의 아픈 과거에 맞물려 있고 그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때론 의뢰받은 사건과 관계자에 씁쓸해하기도 하고 휴직의 반복되는 생활에 권태도 느끼면서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담금질을 하며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다단한 사건들에 연민을 가지고 대하게 된다. 사람이기에 추할 수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더 인식하며 센도 형사의 연민어린 시선에 시선을 더한다. 쓸쓸하고 씁쓸한 느낌의 소설이었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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