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클럽

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탐정 클럽'은 일반인을 상대하는 탐정이 아니라  정·재계의 영향력 있는 VIP들만이 비밀리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며 비밀리에 진행되고 소리소문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탐정클럽이다. 남녀로 구성되어 있는 그들은 출신지도 배경도 드러나지 않은 채, 외모만이 부각되며 마치 그림자처럼 사건 속에 등장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탐정소설들이 탐정을 앞에 내세워 그들의 살아 온 배경, 성격, 외모 등등을 나타내며 탐정자체를 사건 속에 깊게 개입시켰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클럽'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선했고 또 그래서 약간은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탐정클럽'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살인, 불륜, 협박, 탐욕, 음모, 살인 등 탐정소설에 등장해야 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있는 종합세트이기도 하다. 다섯 편에는 사건이 일어나고 주변인물들이 대처하는 모습들이 각양각색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어린 행동을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어떤 동기에서든 우선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행동하고 탐정클럽에 의해 은폐되고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탐정클럽 역시 의뢰인의 죄에 대해서도 탐욕에 대해서도 묻지 않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저 의뢰한 사건을 조사하고 의뢰인에 결정에 따라 깔끔히 조용히 마무리를 할 뿐이다. 기존의 소설, 영화 속 탐정들이 의뢰인의 선과 악에 대한 행동에 대해 깊이 관여를 하고 좌지우지 되었다면 탐정클럽의 탐정들은 쿨 하다못해 기계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탐정클럽이 있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기에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탐정들이 너무 감정적이었나 싶은 생각도 슬쩍 들 정도로 탐정클럽의 두 탐정들은 능수능란하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좋아하는데, 가끔 엉뚱하리만큼 정말 이 작가가 쓴 소설일까 싶은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어 읽고는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 책도 사실 망설였었다. 혹시 이번에도 아니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의외로 깔끔하게 재미있었다. 진부한 소재로 신선하게 풀어낸 점들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솔직히 '용의자 X의 헌신' 같이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읽는 동안 즐거웠던 '탐정클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