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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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이 마음에 든다. '나만 위로할 것'이라니, 얼마나 근사하고 포근한가. 작가 김동영은 180일 동안 눈의 나라 아이슬랜드에서 보낸 철저히 혼자였던 시간들을, 침묵의 시간을 배워갔던 시간들로 전환시켜 그의 조용하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로 읊조리는 것처럼 들려준다.  

아! 아이슬란드라니, 내겐 하얀 눈의 나라이자 너무나 먼 그 어느 곳을 지칭하는 말처럼 막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너무나 먼 곳에 있는 것도 세상 끝에 있는 곳도 아니라고. 단지 화산지형이나 하루에 수십 번씩 바뀌는 날씨, 북극고래, 빙하가 녹아 만든 피요르드, 오로라(사진을 보면서 오로라를 봤을 때의 느낌을 마구 상상해보는 중). 여름 한 철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미드나잇 선셋과 겨울철의 다크 데이가 있는 나라라고 말이다.  

끊임없이 내리는 흰 눈과 무미건조할 만큼 조용한 그 곳, 침묵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그 곳, 비약한 상상력으로는 상상해내기 힘든 해가 지지 않는 여름이 있는 곳, 해가 없는 겨울철이 있는 곳이라니, 판타지 소설 속 배경으로 완벽하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면서 작가가 자의적으로 고립되어 지냈을 시간들과 고의적으로(화산재 속에 갇혀 비행기가 전혀 안 뜨던 시간들)고립되어 있던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갑작스런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과 인생역전의 스토리보다 한 인간이 어떤 식으로 무너져 내리는 가에 대한 관심이 더 지대한 현실에 대해서 욱하기도 울컥하기도 했을 시간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만 위로할 것'은 작가에게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필요한 시점과 그 위로의 시간들이 어떻게 나를 단단하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침묵의 시간을 배울 수 있는 오로라가 있고 미드나잇 선셋과 다크 데이가 있는 소박한 사람들이 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조금은 힘들고 조금은 행복하다. 또 누구나 죽을 것만 같은 시간들이 있고 누구나 로또 맞은 것만 같은 행운이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서도 아이슬란드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좀 벅찬 일들이 있다 보니, 아이슬란드의 비사투파에서 보낸 작가의 시간들이 부러웠다. 철저히 혼자만이 시간이 펼쳐져 있는 곳, 침묵해도 실례가 되지 않는 곳, 눈이 휘몰아치는 곳,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곳, 침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곳, 그 곳이 그리웠다. 아이슬란드 음악이 담긴 시디를 되풀이해서 들으며, 어두운 창밖을 보며 그 곳, 비사투파를 생각한다.  

'나만 위로할 것'은 여행에세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성장(?)스토리이자 독자들의 성장 스토리가 될 것 같다. 자신을 알아가고 인정하며 살아간다는 자체가 인생의 크나큰 의미일 수도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마음 한 곳에 비사투파를 두고 침묵의 시간이 필요할 때마다 떠올려 보려한다. 그래서 아이슬란드가 한 뼘 정도 가까이 다가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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