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지만 소름돋는 헌책방 살인사건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는 분명 심각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도 시종일관 유쾌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조금은 특별한 추리소설이다. 사건자체는 심각하고 대사도 무서운데, 읽는 동안은 그 심각성과 무서움을 잠시 깨닫지 못하다가 한발짝 뒤늦게 어라, 이 대사는 정말 소름끼치는데....... 하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 접한 코지 미스터리(작은 동네를 무대로하고 누가 범인인지 풀어나가는 폭력해우이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 그런지 유쾌하다. 두 건의 살인사건과 예상하지 못했던 폭력을 당한 마코토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잘다니던 다니던 편집 프로덕션은 도산, 기분전환 삼아 투숙한 호텔에선 대형 화재,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이 생겨 지인이 소개해준 카운슬러에게 상담을 받았더니, 신흥종교 입교를 강요하여 도망치듯 하자키라는 가상의 해안도시를 오게 된다. 바닷가에서 "이 나쁜 놈아" 라고 목놓아 외치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 싶었건만 그 스트레스를 다 외치기도 전에 시체가 파도에 발 밑에 밀려오게 되고 운동 지지리도 없는 마코토는 또 다른 운명에 처하게 된다. 졸지에 시체 첫 발견자가 되어 하자키 해안도시에 억류되고 그 시체가 명문가의 실종된 도련님 히데하루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연하게 로맨스 헌책방 주인 베니코 여사의 어제일리어에 머물게 되면서 난데없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마코토는 신참형사 이쓰키하라와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어가게 되고 하자키 도시 전체를 맘대로 장악하다시피 하는 여성 사업가 마치코, 그녀의 몽롱하고 멍한 미모의 딸 시노부, 항상 반쯤 졸린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베테랑 형사반장 고마지, 라디오 방송국 하자키 FM의 열혈 디제이 치아키, 치아키의 지독한 상사 구도, 치아키의 아버지이면서 커피숍 브라질의 사장 마사루, 마치코 여사 오랜 비서 쓰네코, 마에다의 또 다른 피해자 마이와 어머니 등등 생동감 있는 주 인물들이 등장하여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를 돋보이게 한다. 오랜된 마에다가의 원한과 보복이 얽힌 사건 속에서 그들은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고 탐정이 되어 사건을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우왕좌왕하지만 그 속에서 유쾌함 속에 소름돋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여 읽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코지 미스터리의 맛을 제대로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