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 짐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사람에게 매혹당하는 순간은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자 가장 긴 영원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순간은 매혹 당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지우기 힘든 깊은 각인을 심어주게 된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이게 홀린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인 동시에 큰 두려움을 안겨 주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사랑때문에 한 없이 광기어린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하게 될테니 말이다.  

'달링 짐'은 외딴 곳에 위치한 저택에서 세구의 여성 시체를 우연히 우편집배원 데즈먼드가 발견하면서 잔혹한 사건의 실체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흉흉한 사건으로 인해 뒤숭숭해져있던 우체국에 수신자 불명으로 도착한 우편물을 만화가가 꿈인 니알이 열어보게 되면서 사건을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고 니알의 모험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그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니알의 진실 찾기는 시작되면서 그녀들의 방명록을 통해 비극의 시작과 끝을 맺게 되는 역할을 맞게 되며 독자는 그와 함께 그녀들의 행적을 따라가게 된다. 세 자매의 굳은 의지로 이루어진 사건과 그로인한 파국을 향해서.......

단 한 번의 시선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롭잡을 만큼 멋진 한 청년이 아일랜드 시골마을에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온 마을의 시선이 그에게 멈추고 여성들의 마음은 온갖 상상력이 가미된 순수한 떨림에 진동하게 된다. 그런 그가 건너편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피오나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 순간 피오나는 그의 '매혹'에 한 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것이 그녀와 그녀의 아름다운 쌍둥이 로이진, 아오이페, 외로움을 집요함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모, 순진한 마을 사람들을 운명을 뒤바꿔 놓을지도 모른 채 말이다.  

빨간 오토바이를 탄 채 작은 마을 캐슬타운비어에 도착한 키가 크고 마른 체구에 후광이 비치는 듯한 외모와 미소를 지닌 한 젊은 남자, 짐이 도착한 순간부터 작은 마을은 낯설은 설렘과 호기심과 그 남자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더구나 그는 이야기꾼인 '샤너시'였기에 잘생긴 외모만큼 뛰어난 말솜씨로 모두를 홀리게 된다. 피오나는 첫 눈에 반한 그와 멋진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모든 마을 여성들의 질투의 대상이자 빈정거림의 대상이 된다. 사랑에 배신당한 후, 두문불출하던 이모의 시선에서조차 강한 증오의 질투심을 발견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곧 달링 짐으로 불리는 짐이 피오나뿐만 아니라 그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모든 여성들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밝혀지고 의심스런 동행자와 그의 행동에서 불미스런 사건들과 연관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에게 비치던 후광은 아름다움이 아닌 추악한 빛이었음을 알게 된다.

'달링 짐'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숨이 막히는 순간은 여자들의 두려울 정도의 강한 질투의 시선들이었다. 간절하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는 자매들의 목소리에 삐딱한 시선으로 거부했던 어릴 적 친구 경찰 브로나의 시선에서, 짐에 대한 무한한 사랑, 소유욕, 질투, 동경으로 똘똘 뭉친 사랑의 광기에 휩싸인 이모 모이라의 질투에 불타는 시선에서, 짐의 정체를 알기 전에 언니 피오나에 대한 질투로 이글거리던 동생 아오이페의 시선에서 사건자체만큼이나 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랑과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죄어온다. 흐릿하게 사람들의 눈을 매혹시키고 있는 짐과 짐을 추종하는 사람들 , 맹목적인 사랑의 믿음을 가진 이모 앞에서 세 자매가 얼마나 힘이 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해본다. 그리고 그녀들이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결행한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 해본다. 그녀들이 맞선 용기에 대해서도, 짐의 지나치게 영리한 계획에 대해서도.......

작가는 아일랜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세 자매와 이모사이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남자 샤너시 짐과의 끈질긴 악연을 뿌옇게 앞을 반쯤 가린 듯 느낌을 주는 마을과 사람들 마음속을 통해 때론 적나라하게 또 때론 아련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에 몸과 마음에 긴장을 한 채, 그녀들의 시선을 따라 갔던 소설이었다. 쌍둥이 막내 동생 로이진은 이야기한다. '당신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만 사랑하시길.' 바란다고 말이다. 그러한 혜안을 진정 갖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