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재앙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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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재앙'은  거짓말같은 진실이, 진실같은 거짓말이 화자와 시점을 달리하는 여덟 개의 이야기 속에 녹아든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인디언 역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구에서 유입된 가톨릭과 인디언 토착문화의 갈등, 소수민족으로서 인디언의 정체성 문제를 촘촘히 짜여진 태피스트리로 만들어 작은 그림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큰 그림을 가진 이야기로 완성된다. 

바이올린 선율이 기이하게 울리는 동안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아기 옆에서 한 남자가 총을 분해하고 다시 재조립한 후, 잠든 아기의 옆에서 울린 알 수 없는 총성으로 시작한다. 그 사건은 플루토에서 일어난 극적인 사건으로 일가족 다섯 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었다. 부모, 십대 소녀, 여덟 살과 네 살 소년이 살해당했고 유일하게 아기만이 생존하여 후에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게 된다. 이 사건으로 가열된 한 무리의 백인 남자들이 명백한 증거도 없이 인디언 몇 명을 잔인하게 목을 매다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복잡한 거미줄 무늬 같은 그들의 관계도가 시작된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프랑스 여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소녀 에블리나, 인디언 부족 판사 쿠츠, 인디언 사이비교주와 결혼하여 폭력과 학대에 시달려야 했던 윌데, 인디언은 치료하지 않는 편협한 백인 여의사로 알려진 로크렌이 돌아가며 자신의 관점에서 여덟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들의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홀리 트랙이라는 인디언 소년의 교수형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고, 몇 세대에 걸쳐 그의 죽음을 회피하거나 기록하거나 참회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며 한 부분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큰 그림으로 인물과 내용이 겹치면서 전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디언, 인디언 혼혈들을 중심으로 백인사회에 적응해가면서도 자신들의 고유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강제적으로 자신의 터전과 문화를 빼앗겨야 했던 인디언들의 고통스런 아픔과 서구사회에서 들어온 기독교와 인디언 토착문화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혼혈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각 개인사와 역사가 어우러져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고 있다.  

'비둘기 재앙'은 복잡하게 얽힌 가계도를 파악하며 읽는데, 사실은 중반까지 고생을 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디언들과 혼혈인디언들, 백인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전 세대와 후세대를 이어주는 사건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각기 독립된 이야기들을 큰 그림으로 이해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 읽은 후에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소수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알리는데, 적극 참여하고 있는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아름다운 노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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