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옛 이야기의 매력'책을 읽으면서 옛날 이야기에 숨겨진 잔혹성을 깨닫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저 순수한 동화일줄만 알았고 고통스럽고 무서운 장면들이 나와도 어린시절에는 그냥 무섭다, 아프겠다 정도였지,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숨겨진 진짜 무서운 이야기를 깨닫지 못했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막연히 좀 잔인한 것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너무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봤지만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예쁘고 순수한 동화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신데렐라'이야기 역시 디즈니에서 예쁘고 꿈결같이 포장하기 전에는 잔혹 동화였다. '신데렐라' 의 원 이야기에는 신데렐라의 언니 둘이 왕자님이 찾는 유리 구두의 주인의 되고자, 자신들의 발가락을, 발 뒤금치를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자르는 장면이 있다. 또 '빨간 구두'에서는 빨간 구두를 신고 춤을 추고 싶었던 어린 소녀의 소망을 욕심으로 여기고 춤을 결코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렇듯 순수하기만 할 것 같은 동화 속에서 우리는 숨겨진 다른 이야기를 알게 되고 찾게 된다. 

'모던 팥쥐 전'은 전래동화 여섯 편에서 끝나지 않은 비밀스럽고 괴이한 이야기들을 몽화적인 그림과 함께 멋들어지게 보여준다. 동화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아래 시작된 이야기들은 무섭지는 않는데, 왠지 으스스한 느낌을 주고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모던 팥쥐 전'은 십대 소녀들의 기이한 소망을 이루고자 했던 의식에서 일어나는 대 판 콩쥐, 팥쥐 전이다. 전래동화 속에서 무참히 참패했던 팥쥐의 잔혹한 반격이라고나 할까. 두 번째 이야기 '자개함'과 다섯 번째 이야기 '죽이거나 살리거나'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오싹했던 이야기였다. '자개함'은 20년 전에 죽은 남다른 눈을 가졌던 친구에게서 편지가 오면서 시작된다. 그에게는 결코 늙지 않은 아름다운 어머니가 있고 그의 행적을 눈으로 항상 좇는다. 고등학생이던 아이들은 미모의 젊음을 유지하는 친구의 어머니를 동경했지만 20년 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자신들보다 더 어려 보이는 어머니를 두려워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지 않은 것은 괴이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현대인들은 괴이한 그 일을 성공한 사람들을 동경(?)한다. 세월이 빗겨간 그들의 미모와 젊은 모습을 말이다. 현대인들의 젊음에 대한 욕망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죽은 친구에게 부탁을 받고 끝까지 지키려는 주인공이 안쓰럽지만 믿음직스럽게 느껴지고 자연스런 반전이 좋았다. '죽이거나 살리거나'는 어느 날 자살한 중학생 할머니로부터 이상한 옷을 건네받은 후, 이상한 아이가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밤마다 나타나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자꾸 조르는 아이, 해주면 다시는 안 나타나겠다고 노래를 부른 아이와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공포소설,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고층 아파트 창가에 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여전히 헉!!하게 되고 자꾸 창문 쪽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뒷머리가 살짝 쭈뼛해지면서 말이다. '모던 팥쥐 전'은 전래동화를 감칠 맛 나게 재창작하여 그들이 이야기가 끝난 후 미처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이 즐겁다. 특히 아이완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은 여섯 편의 글에 큰 힘을 보태준다. 다음 글이 이 소설을 이야기해준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모든 이야기에는, 모든 사람에게는, 모든 사건과 상황 속에는 못다 한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못다 한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 한다.>- 143 쪽 시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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