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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열세번 째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아주 솜씨 좋은 이야기 꾼이 들려 주는 감칠 맛 나는 이야기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와 닿아 작은 기쁨을 느끼고 있을 시에 또 다른 이야기가 마음을 이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끝나지 않았으면 좋을 것만 같은 이야기가 퍼즐 맞추기처럼 쉴 새 없이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런던에서 헌 책방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전기를 쓰며 사람보다는 책에 더 깊게 빠져 있는 마가렛에게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비다 윈터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자신의 전기를 써 달라고 부탁을 받게 된다. 과거를 철저히 숨긴 채 매혹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살고 있는 비다 윈터의 부름과 부탁은 마가렛 리에게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고 그녀에 대한 사전지식조차 없었기에 노 작가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가렛 또한 세상 사람들이 비다 윈터 여사에게 열광했던 그 이야기의 힘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작가 비다 윈터는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마가렛과 약속을 한 후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쉽게 믿을 수 없으리만큼 기묘했고 그녀의 과거는 혼돈 그 자체였다. 폐허가 된 엔젤필드와 거기에 살았던 비다 윈터 여사의 가족들의 이야기는 기괴함의 연속이었다.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마가렛에게 모든 이야기들을 쏟아 붓고 떠나고 싶어 하는 비다 윈터와 그녀가 들려주는 거짓말 같은 진실 앞에서, 자신의 숨겨진 과거와 분신을 만나면서 마가렛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열세 번째 이야기'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작가 비다 윈터가 들려주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이다. 마가렛에게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고 해놓고 곳곳에 이야기의 트릭을 숨겨놓고 마가렛이 찾아 진실을 재구성해주기를 바라는 비다 윈터의 이야기의 힘에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진실 찾기 이야기는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짐을 느낀다.